[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국내 주요 정책금융기관들이 신흥국에 금융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를 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개척까지 노리는 중이다.
선두주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다.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다음달 서울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내 국제공공자산관리포럼(IPAF) 사무국 행사를 개최해 노하우 전수의 장을 마련한다. 행사 뒤엔 비회원기관을 포함 50개 국내외 기관이 참여하는 세미나가 금융연수원에서 열린다. 각 국의 부실자산관리 절차와 방식, 매각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
IPAF은 부실채권 관리 노하우를 회원국들과 함께 공유하는 조직이다. 캠코의 설립 요청을 ADB가 받아들여 올해 5월 문을 열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ㆍ태국ㆍ베트남ㆍ미얀마ㆍ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6개국이 가입해있다. 캠코는 "외환위기와 카드 대란, 세계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구조 조정을 하며 체득한 노하우가 금융한류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AF를 통한 금융 노하우 공유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이다. 한국의 금융 노하우에 목말라했던 신흥국들은 자료 조사에 의존하는 대신 한국 관계 기관의 실무자들을 통해 맞춤 과외를 받을 수 있다. 캠코 입장에선 여러 회원국과 단단한 네트워크를 쌓아 장기적으로 컨설팅 사업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캠코 관계자는 "향후 특정 국가가 부실채권(NPL) 관리를 요청한다면 평소 교류를 해 온 만큼 위험가능성해 대해 잘 알고 투자할 수 있다"며 "IPAF 회원국과 공동투자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 역시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흥국 정책금융기관과 국영기업 직원을 초청해 연수를 진행하면서 친분을 쌓고, 이걸 발판 삼아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을 돕는 식이다.
지난 달에는 카자흐스탄 기관과 기업 직원들을 초청해 연수를 진행했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 달 연수에 카자흐스탄 개발은행을 포함해 국영 발전기업과 석유화학기업 등이 참석했다"면서 "연수를 통해 우리 경제에 대한 카자흐스탄의 이해를 넓히고,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공사는 앞으로 보다 많은 신흥국들이 연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의 경우 정부가 조성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EDCF는 신흥국과 저개발국에 장기 저리로 차관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50개국 298개 사업에 9조4121억원 규모의 자금이 지원됐다. 과거 선진국에서 돈을 빌려 경제를 일으켜 세운 우리의 경험에 비춰보면, 적은 돈으로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다.
캠코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IB)의 경우 수집된 정보가 부족한 국가는 투자 대상으로 거론하지도 않는다"면서 "평소 꾸준한 교류를 통해 해당 시장을 제대로 파악한 뒤 투자에 나선다면 위험은 낮추고 수익은 높이는 실속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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