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축소 외압 아닌 사법공조 위한 조율과정 해명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국가정보원의 대선 등 국내정치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법무부가 수사팀에 트위터 분석 대상 축소를 요구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이 일자 법무부는 사법공조를 위해 수사팀과 협의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관련의혹 특별수사팀은 지난 7월께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402개의 목록을 확보했다.
수사팀 분석 결과 해당 계정으로 이뤄진 50여만건의 트위터 활동 가운데 40% 규모인 20여만건이 선거 관련 게시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내용 분석과 함께 해당 계정이 실제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인지 확인 작업에 나섰으나 국정원은 관련성을 부인했다.
수사팀은 미국 트위터 본사 서버를 통해 확인하기로 하고 7월 법무부에 미국과의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같은 달 17일 미국 법무부에 공조 가능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며 수사팀이 요청한 402개 계정 전체 내역을 함께 보냈다.
미국 측은 10여차례 실무협의를 거친 뒤 지난달 하순 대규모 개인정보 제공을 위해서는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명확히 인정돼야 한다고 통보해왔다.
법무부는 미국 입장을 수사팀에 전달하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공조요청 대상 계정 수를 줄이자고 제안했고,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두고 법무부와 보름 가까이 씨름한 수사팀은 이를 수사 축소 외압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절차 누락 등을 이유로 최근 수사팀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팀장은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사법공조 관련) 수사팀 검사로부터 애로사항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분석 대상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고 미국 측의 공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수사팀과 조율하는 과정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문제의 트위터 계정들이 범죄사실 관련성을 충족하는지 수사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뒤 실제 보고 및 관련 서류 송부를 맡고 있는 대검을 통해 관련성이 뚜렷한 계정 자료부터 우선 요청하는 방안 등을 협의해 왔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사법공조를 위해서는 상대국에서도 처벌이 가능해야 하는데 미국의 경우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의 우려로 트위터에 대해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고 실제로 공조가 거절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수사팀은 최근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 및 체포·조사를 거쳐 문제의 계정들을 실제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결론 낸 뒤 트위터 게시물 가운데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반대 내용이 포함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이 의심되는 5만5689건을 추려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영장 청구 및 집행, 공소장 변경 신청 과정에서의 보고 누락 등을 이유로 윤 전 팀장을 직무에서 배제했고, 윤 전 팀장은 보고했으나 부당한 지시에 가로막히자 독자적으로 수사한 것이라고 국정감사에서 폭로했다.
결국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에 대해 전날 감찰에 착수한 가운데 조 지검장은 언론을 통한 진실 공방으로 흐르면 논란을 키울 수 있으니 감찰 조사 과정에서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며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피하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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