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오는 12월 은행 자본 규제안인 '바젤 III' 도입을 앞두고 우량 회사채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발행은 물론 수요 증가까지 나타나며 시장 강세가 전망된다. 최근 동양 사태로 급격히 얼어붙은 비우량 시장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바젤Ⅲ는 우량 회사채 시장에 호재로 꼽힌다. 바젤Ⅲ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제정한 국제 기준으로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 규제를 골자로 한다.
바젤Ⅲ에 따르면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회사채와 국고채 등은 고유동성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에따라 일정 수준 유동성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은행이 우량채 위주로 대거 회사채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양그룹 법정관리 후에도 강세를 보여온 우량채 시장이 또 다른 호재를 맞이한 셈이다.
양진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동성 규제로 우량 국고채 및 회사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고유동성 자산에서 제외된 은행채는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 은행채를 대체하는 신종자본증권, 커버드본드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젤Ⅲ 도입 후에는 우량기업 스스로도 은행 대출보다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을 선호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금리는 바젤Ⅲ 규제비용 증가, 자본 공급여력 감소 등으로 상승이, 회사채금리는 수요 증가로 하락이 각각 점쳐지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기업금융 시장에서 회사채 조달 비중이 지난 2008~2012년 평균 33%였는데 올 상반기 5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67%였던 은행대출 비중은 48%로 급감했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심화돼 유동성 위험이 우려되는 기업들은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며 "반면 펀더멘털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우량 등급에는 여전히 투자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달초 LG전자(AA)는 수요가 몰려 애초 2000억원이던 발행자금을 4000억원으로 늘렸고 GS(AA), CJ오쇼핑(AA-), CJ CGV(AA-) 등도 발행액을 넘는 수요 주문이 접수됐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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