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가 지난 2년간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2050선을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 여부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 경제지표 공개와 실적 발표 등 다양한 펀더멘털 변수로 인한 관망심리가 짙어질 소지가 있어, 코스피가 탄력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기보다는 2050선 돌파 및 안착과정과 함께 업종·종목별 옥석가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코스피는 연말까지 상승추세를 이어가기 위한 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주말 '마의 장벽'이라고도 불렸던 2050선(2012년 이후 고점권 저항대)을 넘어서면서 강세장이 시작됐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월말이 가까워올수록 주요국들의 경제지표와 지난 미국의 연방정부 부분폐쇄(셧다운) 기간 동안 연기된 미국 경제지표들의 발표(22일 고용지표 발표)가 어이질 예정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3분기 실적시즌이 본격화된다는 점도 이번주 코스피가 탄력적인 상승흐름을 이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8월 말 이후 최근까지 유입된 외국인의 매수세가 국내외 펀더멘털 모멘텀과 밸류에이션 매력도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월말로 갈수록 경제지표와 3분기 실적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커질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주 후반에는 24일 유럽·중국 PMI지표 속보·잠정치, 25일 독일 Ifo지수 등 4분기 경기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10월 지표들이 다수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5일 국내 경기회복세의 탄력을 가늠할 수 있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 발표도 향후 코스피의 상승강도와 속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본격적인 실적시즌을 앞두고 영업이익 전망치의 하향조정세가 여전해 종목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주 후반에는 LG전자,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해 KB금융, GS건설, 현대건설 등 전기전자, 자동차, 금융, 건설 등 주요 업종, 대표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다수 예정돼있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주목해 볼 부분이다.
이에 10월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누적 순매수 비중(시가총액 대비 누적순매수 금액) 추이를 점검해 봤다. 그 결과 에너지, 화학, 금속·광물, 건설, 무역, 내구재·의류, 호텔·레저, 은행, 하드웨어, 반도체 등 10개 업종에서 수급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 화학, 금속·광물, 건설, 은행, 하드웨어 업종은 향후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고 있어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모멘텀은 크게 글로벌 경기(Macro), 글로벌 금융시장 위험(Risk), 국내 기업이익(Earnings), 글로벌 유동성(Liquidity)으로 구분할 수 있다. 네 가지 지표를 조합해 모멘텀지수(Momentum Index)를 추정해 보면, 현재 수준은 과거 코스피가 2000선을 상회했던 국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주도업종들의 집중화 여부를 수익률 측면에서 판단해 볼 필요도 있다. 2010년 이후 코스피 1800 이하에서 2000 이상까지 상승했던 국면의 업종별 (기간)수익률의 표준편차를 비교해 보면, 현재 국면의 경우 지난 2010년 5월~2011년 1월과 2011년 9월~2012년 3월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업종별로 균형 있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이는 최근 지수 상승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증시의 경우 상승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업종별 쏠림현상이 심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2010년 5월~2011년 1월(상승 기간 8개월)의 업종별 수익률 표준편차는 30.2, 2011년 9월~2012년 3월(상승 기간 6개월)의 업종별 수익률 표준편차는 18.0 수준이었다. 두 국면에서 주도업종 역할을 했던 4개 업종과 가장 소외됐던(수익률이 낮았던) 4개 업종간의 수익률 격차를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 격차가 보다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주도주가 (상승)추세가 종결되기 이전까지 주도주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KRX 업종별 수익률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 국면의 주도업종은 조선, 은행, 화학, 철강 등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지난 18일 코스피가 2년간의 박스권을 돌파했는데, 이와 유사한 흐름들이 여타 증시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18일 기준으로 캐나다가 201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호주와 대만도 2년만의 최고치를 넘어섰다. 모두 수출 중심의 국가들로 대외 경기에 민감한 나라들이다. 유럽과 중국의 긴축으로 억눌렸던 유효수요가 2년 만에 살아나는 것이라면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달 1일 발표되는 한국 수출지표가 관심 대상이다. 한국과 대만의 수출은 글로벌 유효수요 위축으로 거의 2년 이상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정말로 경기가 회복되는 사이클이라면 수출이 먼저 보여줄 것이다. 여전히 최선호 섹터는 은행주다. 글로벌 유효수요 위축으로 제한됐던 대출성장이 살아난다면,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 사이클로 돌아선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은행주는 부동산 대책의 국회 통과와 부동산 회복 여부가 또 하나의 플러스 요인이다. 최선호주는 KB금융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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