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날 코스닥은 585.76을 기록하며 지난 2008년 6월30일(590.19)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사이 대안 투자처로 부각된 영향이다. 코스닥은 시가총액 상위주들을 중심으로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9일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은 추가적인 코스닥 비중확대 보다는 비중 축소 시점을 고민할 때라고 진단했다. 코스닥 시장 전반에 대한 실적 우려가 여전한 데다 다음달 뱅가드 매물출회가 마무리 되면 그간 고전했던 코스피 대형주들의 시세내기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도 탄탄한 펀더멘털을 지속하고 있고, 투자심리 회복으로 주가 모멘텀 강화가 기대되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대용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상반기 주식시장은 엔화 약세·수급·경제지표 모멘텀 둔화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아쉬운 점은 주요 변수들이 시장의 펀더멘털을 크게 훼손시켰다기보다는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주요 변수들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최근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일본 양적완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높아지고 있고, 상반기 가장 큰 부담요인이었던 엔화 약세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초이후 대형주 주가의 발목을 잡아온 뱅가드 펀드 관련 매물도 다음 달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연초 이후 외국인 매도 규모는 6조원 수준으로 지난 주까지 뱅가드 펀드 관련 매도가 7조3000억원 정도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뱅가드 펀드 영향을 제외한 실제 외국인 매매는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6월말 이후 뱅가드 펀드 관련 매물 소화 이후 외국인 수급 개선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현시점은 그 동안의 불안요인에 대한 방향성 내지는 악재로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시기로 판단된다. 이에 점차 개선기미를 보이고 있는 시장 여건과 더불어 상반기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도 탄탄한 펀더멘털을 지속하고 있고, 투자심리 회복으로 주가 모멘텀 강화가 기대되는 종목에 대해 주목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 단계다. 지난 27일 기준 코스피 726개사 가운데 208개사가, 시가총액 비중으로는 86.5%가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코스닥은 987개사 중 144개사가, 시총 비중으로는 32.1%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실적 시즌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인 데에 비해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영업이익 예상치와 발표치가 모두 존재하는 197개 기업 중 발표치가 3월 말 예상치를 상회한 기업은 56개(28.4%)에 불과했다.
금액상으로도 발표치는 예상치 30조4000억원의 89.0% 수준인 27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전분기대비로는 21.2% 증가했지만 전년동기대비로는 4.3%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실적 발표 과정에서 실적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이익에 대한 신뢰는 한순간에 회복되지 않는다. 코스피 이익 추정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선적인 고려 대상은 1분기 발표된 이익이 예상치에 부합했던 종목들이다. 이들 중 2분기 이익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고 주가 상승률이 낮았던 종목들은 투자 매력이 높다.
우선 1분기 실적 발표치가 예상치를 상회한 종목들을 선정했다. 1차로 선정된 종목들을 대상으로 2분기 순이익 예상치의 최근 1개월 변화율과 실적 발표일 이후 주가 상승률에 각각 랭킹을 부여하고 이를 각각 50% 가중해 종합순위를 산출했다. 선정된 종목들은 SK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삼성테크윈, 제일기획, 효성, CJ오쇼핑, 스카이라이프, LG하우시스 등이다. 예상치를 신뢰할 수 있고, 이익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가 반영 비율이 낮은 종목들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 외국인과 국내 기관의 동반 순매수 등 우호적인 수급환경을 고려할 때, 코스닥의 신고가 경신 행진은 당분간 더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추가적인 코스닥의 비중확대 보다는 차츰 비중 축소 시점에 대해 고민해야할 때라고 판단한다.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실적이다. 자동차 부품, 유통, 미디어 등 일부 업종에서 이익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지만, 다른 대부분의 업종에서는 여전히 이익전망치의 하향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익전망치의 하향과 주가의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코스닥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이미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코스피 대비 코스닥이 차별적인 강세를 이어오면서 상대 주가수익비율(PER)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수준으로까지 상승했다. 이번 달 코스피 업종별 주가 수익률에서 나타났듯이 시장에서는 점차 낙폭과대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낙폭이 컸던 코스피 내 경기민감주들과 겨루어 높은 PER의 코스닥 종목들이 매력을 유지하기는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한다.
코스닥의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는 수급에서도 불안요인은 있다.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시점에서의 코스닥 외국인 매매동향을 보면, 양적완화 종료 직후 코스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 나갔다. 유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위험자산인 코스닥에서의 자금회수로 이어진 결과다. 국내 기관의 수급이 버티고 있지만, 중소형주 펀드의 개수나 설정액이 급증한 시기가 3월 이후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 수급은 코스닥 수익률에 따라 다소 후행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시작된 이후에는 국내 기관 자금이 홀로 코스닥의 버팀목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는 7월3일 뱅가드 이슈가 종료된다는 점도 코스닥의 상대적인 강세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그동안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는 대안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뱅가드 벤치마크 변경 이슈가 종료(물량 부담 해소)되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PER 부담이 높은 코스닥 종목을 매수하기보다 차라리 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코스피 내 경기민감주를 매수할 유인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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