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미국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증시 안개 역시 짙어지고 있다. 11일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여론이 연방정부 폐쇄, 국채 채무불이행(디폴트) 문제에 대해 공화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대치 국면이 실제 파국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미국 연방정부 폐쇄에 이어 미국 국채에 대한 디폴트 가능성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보유 현금이 고갈된다고 밝힌 10월17일, 혹은 연방 공무원의 급여 지급을 미루는 등 비상 상황을 감안한 최종 부도시점인 10월 말을 감안해도 아직 타협에 이르지 못한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협상과정을 감안하면, 미국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단순한 이론적 가능성을 넘어 현실적인 위험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 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간주되고 있지는 않다.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각 정당의 협상전략에 따라 위기가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디폴트 선언 이전에 일정한 타협에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훨씬 우세한 상황이기도 하다. 정치권의 협상실패로 본격적인 채무불이행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 미국 국채의 신인도 하락에 이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폭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여야간의 협상카드가 교환된 상황은 아니지만 파국에 이르는 시한이 다가올수록 협상 타결 가능성은 높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연방정부 폐쇄와 부채한도 증액협상 지연에 대한 공화당의 책임론이 높아가고 있는 점은 정치적으로 공화당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럽의 조사결과 최근 공화당의 지지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995년 연방정부 폐쇄 당시에도 깅그리치 하원의장이 이끌던 공화당은 다음 해 선거에서 패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 여론이 연방정부 폐쇄, 국채 디폴트 문제에 대해 공화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치 국면이 실제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지난 한 주 동안 지수는 0.4% 상승했지만, 2013년 예상이익은 0.4% 하향됐다. 지난 4주간 1.9% 하향된 이익 추정치 변화 추세를 고려했을 때, 시장의 예상이익 하향추세는 계속 진행중인 것으로 보여, 지수의 추가 상승에 적극 베팅하는 것에는 다소 위험이 따를 것으로 판단한다. 업종별 이익 변화를 살펴 보면, 철강(1.5%), 반도체(0.2%), 보험(0.1%) 업종의 이익이 소폭 상향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업종의 이익이 하향 조정됐다. 특히 유틸리티(-12.8%), 무역(-6.4%), 증권(-5.5%) 업종에서 이익 추정치의 하향 폭이 컸다.
잠시 주춤하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다시 강해졌다. 지난 한주간 외국인 지분율은 0.13%포인트 증가한 반면 기관 지분율은 0.14%포인트 감소해, 외국인 매수, 기관 매도 국면을 형성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수했던 업종은 조선, 운송, 유통 업종이며, 에너지, 건설, 기계, 무역, 내구소비재 및 의류, 하드웨어, 디스플레이 업종의 경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가 동시에 이뤄졌다. 한편 LG전자와 다음은 지난 한주간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과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가 동시에 크게 증가한 종목으로 수급상 하락 압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지난 한주간 글로벌 증시는 1.7% 하락했다. 신흥국은 플러스권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증시가 2.3% 하락하며 선진국 증시를 하향 조정 시킨 영향이 컸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인 신흥국 가운데서는 멕시코 증시의 약세가 눈에 띄고 있는 상황이다. 멕시코 경제의 70% 이상(수출 기준)이 미국의 영향력하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기 모멘텀 둔화 우려가 이와 같은 퍼포먼스를 야기한 것으로 판단한다. 신흥아시아 지역의 증시는 강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는 미국발 불확실성이 무분별한 위험자산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의 하반기 실적전망치 추이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연중 하향 조정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4분기 전망치는 최근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3분기 전망치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단기적인 사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3, 4분기 전망치 모두 내수주들을 중심으로 전망치가 하향조정 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치권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미국에 대한 우려가 경감된다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정치권의 불확실성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아닌 정치권 전체에 대한 비호감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정치권의 특성상 여론의 악화는 빠른 결론을 도출하게 만드는 가장 강한 촉매제라는 판단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