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까지 '느리게 걷는 삶, 치유' 주제로 동대문구청 명사 특강....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초강력 태풍 '다나스'가 제주 부근으로 접근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것같다.
제주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8일 오전 동대문구청 명사특강에서 태풍 걱정부터 했다.
그는 “지난해 태풍이 세 개 왔는데 특히 볼라벤 피해로 제주 올레길을 망가져 다시 복원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제발 태풍 피해가 없도록 박수 처달라고 요청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서씨는 대학 졸업 후 25년간 언론인으로 한 길만 보고 미친 듯이 살아왔다고 했다. 쫓긴 인생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보내다 40대 중반이 돼 몸이 천근만근이나 됐다고 했다. 이러다 근무하다 쓰러져 죽는 줄 알 정도로 몸이 피곤해졌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봐도 별다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란다. 의사는 “스트레스받지 말라. 과로하지 말라. 운동해라” 말 외는 다른 말을 하지 못하다더란다.
그 후 헬스 에어로빅 수영 단학 요가 재즈댄스 등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봤으니 제대로 배워지지 않더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걷기였다.
결심 후 당시 47살 때 처음 강서구 방화동 학교운동장을 15분 걸으니 지쳐 더 이상 걷지 못하겠더란다. 이후 지역 공원 돌기와 안면도, 강화도, 울릉도 걷기에서 걷기 즐거움(걷기 중독)에 빠져 57세인 자신이 지금은 하루 15시간도 걸을 수 있단다.
특히 걷기도 중독성이 있어 걸을수록 더 많이 걷게 되더라고 했다.
서씨 지금 자신은 ‘행복한 걷기 중독’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걷기는 별다는 장비 없이 비옷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어 좋단다.
자신이 본격적인 걷기에 빠진 것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800km)을 걸으면서부터.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그만 둔 후 퇴직한 47살에 책을 보고 스페인 산티아고길에 대해 알게 된 후 반드시 이 길을 걷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한강에서 두 달간 등산화 신고 걷기 훈련에 들어갔다.
그런 후 50살 되던 해인 2006년7월 국내를 떠나 프랑스 생장 피드포드라는 마을에서 9월10일 출발, 10월15일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종점까지 36일 동안 800km 대장정을 마쳤다.
이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인생 50년을 정리하면서 “참 열심히 살았다”고 위로를 하게 됐다.
자신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람의 여자’로 유명한 여행가 한비야씨가 “길 모르면 물으면 되고, 길 걷는데 영어 잘 못해도 되니 무조건 가라!”고 한 말이었다.
서 씨는 ‘여행은 길 위의 학교’라고 정의했다. 특히 여행은 단체보다 혼자 떠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기 인생의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바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란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성 야곱의 전도길로 중세 이후 천주교 신자들 순례코스로 전 세계 도보여행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걷기 구간이다.
서 씨는 “인생을 살다 마지막 몸을 움직이도 못할 때 가장 큰 부자는 추억이 가장 많은 사람일 것”이라면서 “아름다운 해돋이 장면 등 인생의 명장면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여행을 떠날 것을 권했다.
자신은 10대때보다 지금이 훨씬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했다.
센이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핸드폰 노트북 등 모든 기기들을 두고 노트 2권, 입을 옷, 간단한 아웃도어 제품만 갖고 떠났다고 했다.
처음 이틀은 핸드폰 오는 환청이 들리더란다. 사흘이 지나니 핸드폰 환청이 사라지더란다.
그리고 나니 자연이 보이기 시작하더란다. 아름다운 마을, 예쁜 성당이 보이더란다.
또 같은 순례길에 동참한 외국인들과 인간적으로 만나게 됐다는 경험도 전했다.
걸으면서 무엇보다 한국에서 있었던 속상했던 일 등을 내려 놓고 오늘 하루 걸을 수 있는 건강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더란다.
그는 “너무 잘 왔다. 걷고 나니 나를 온전히 사랑해온 시간이었다”고 했다.
서씨는 "그 때 자신을 가장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걸으면서 묵은 찌꺼기가 제거되니 몸의 건강한 엔진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더란다.
그는 “걷는 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 처방전 필요 없는 ‘행복한 종합병원’이라고 규정했다. 걷는 것은 두 발로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란다.
마음의 평정이 찾아온 것이다.
20일 정도 걸다 보니 고향 제주도가 생각나더란다. 중학교때까지 늘상 소풍다녔던 서귀포 외돌개 가기전 솔숲 길이 떠오르더란다.
그래서 제주도로 돌아가면 도청에 개서 걷는 길 만들자고 건의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여행작가로 글 쓰면서 다른 나라 길도 여행다니겠다고 생각했다.
33일 걷던 날 자기보다 5살 어린 영국인 여자 해니를 만나 식사도 하고 대화를 하게 됐다.
그녀가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할 것이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다른 나라 길을 걸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단다.
그녀는 또 “그 것도 좋은데 이 길을 걸으면서 너무 큰 위로를 받고 행복을 맛보았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기쁨을 나누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신은 영국에 돌아가면 바닷가에 있는 마을에 작은 길을 만들겠다며 “당신도 이런 길을 만들어라”고 매달리더란다.
특히 해니는 “한국에 가봤는데 너희 나라는 이런 걷기 코스가 아주 필요한 나라갔더라”며 걷기 코스를 만들 것을 권했다고 했다.
해니는 "24시간 찜질방, 24시간 감자탕집이 있는 나라...당신 나라는 '미친 나라'(crazy country)"같더라"고 했다. 또 서울 수도권의 초고층 아파트 등을 볼 때 ‘terrible city'라고 하더란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제주도에 걷는 길을 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특히 서씨는 ‘세상에 아픈 사람이 많은 데 왜 이런 좋은 행복한 종합병원이 스페인이에만 있어야 해’라는 의문이 들더란다.
내가 힘들어 여기 왔듯이 다른 사람들도 힘든 사람들이 많은테니 풍광 좋고 톡특한 생활습관이 있는 제주도에서 제1호 종합병원(제주올레길)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제주 올레길을 만들 작업에 들어갔다. 31년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7~8개월 정도 준비해 제주로 내려갔다.
내려 가기전 길 이름을 ‘올레’(집 대문에서 마을까지 이어주는 아주 좁은 길의 제주 말)로 정하고 퇴직금과 아파트 전세금 등으로 일정 자금을 마련해 제주로 내려갔다.
그래서 2007년9월 시작, 매년 15~20km씩 개장해 2012년11월까지 총 26개 코스, 422km 제주 올레길을 만들었다.
서씨는 제주 올레길을 마음과 정성, 삷과 곡괭이로 만든 길이라고 소개했다.
자연 그대로 길. 올레길을 만들었다고 했다.
마지막 서씨는 “직접 와서 걸어보고 제주의 자연을 느껴보라”며 1시간 40여분 특강을 마무리했다.
청중들은 이런 위대한 일을 해낸 ‘작은 거인’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