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올레길 20코스가 시작되는 김녕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예술품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과학·예술·건축이 어우러진 시도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제주도 올레길 20코스가 시작되는 김녕리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의미를 짚어보지 않고 무심코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것들. 젊은 건축가와 과학도들이 예술가와 함께 바람으로 유명한 김녕 지역을 위해 만든 예술품들이 그것이다. 이 예술품들은 올해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의 결과물이다. 서진원 에뉴알레 큐레이터는 "이번 프로젝트는 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로 출발했지만 점차 과학,예술, 건축의 융복합으로 이어지고, 예쁜 마을 가꾸기까지 발전하게 됐다"며 "세계적으로 드물게 건축과 과학, 예술 세 부문을 접목시켰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풍루', '사랑당:푸른빛의 전설',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탕' 등 총 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탕'은 물터를 뜻하는 한자로 제주도가 솟구치는 용천수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이 발달했다는 것에서 착안, 담수가 해수 쪽으로 이동하는 삼투압 현상을 접목시킨 작품이다. 우선 주위 돌을 주워모아 담을 쌓아올리고 담수와 해수를 물 밑에 설치된 반투과성 분리막으로 분리된 물탱크에 담는다. 그러면 삼투압 현상으로 물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고 위로 솟은 물은 돌담을 타고 다시 아래로 흐르며 순환하게 된다. 자연스레 돌담 주위로 이끼가 자라 이 공간은 다시 물터가 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양현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반투과성 분리막을 이용해 삼투압이 위치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설계했다. 이 작품의 중요 컨셉인 삼투압은 반투과성 분리막을 통해 담수와 해수의 염도차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염분차 발전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박진우 작가가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물방울 샹들리에를, 와이즈 건축의 정영철, 전숙희 건축가가 목걸이처럼 돌들을 꿰어 돔처럼 쌓아올린 돌담공간을 더해 탕이 완성됐다. 과학과 건축, 예술 세 부분이 탕이란 작품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는 것이다.
김녕 지역의 대표적인 상징인 '바람'에 대한 형상화를 시도한 작품도 있다.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무형의 존재인 바람 자체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한다. 이 작품의 '녹풍기'는 바람의 풍량을 측정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그 바람을 음악으로 재구성해 들려준다. 방현우, 허윤실 아트 작가와 양수인 디자이너, 김호영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현재 작업 중이다.
제주도의 명물이 된 풍력발전기처럼 바람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가능성에 주목한 작품도 있다. '풍루'는 제주도 올레길 20코스가 시작되는 김녕 서포구 지점에 설치된 작품으로 이곳에 집중적으로 자리잡은 '풍력발전기'와 흡사한 원리를 보여준다. 바람이 풍루 윗부분을 빠르게 회전시키면 바람의 힘이 위치에너지로 바뀌어 아래에 있던 추가 위로 솟구친다. 바람이 불면 에너지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작품에는 나은중, 유소래 건축가와 민세희, 김성훈 크리에이터, 곽성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이 참여했다.
'사랑당'은 제주도의 민속신앙인 당 신앙에서 착안됐다.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당 신앙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이 작품은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직접 생물발광 미세조류를 방생하고, 미세조류가 담겨진 파빌리온이 바람에 의해 흔들리며 발광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즉, 사랑당은 곧 바다의 무한한 자원인 미세조류를 통해 바다의 신에 사랑을 구복하는 성격을 갖는다. 하태석 건축가와 권병준 서강대 교수, 김대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이 작품에 참여했다.
서 큐레이터는 "프로젝트의 '에뉴알레'라는 이름은 매년 개최한다는 것을 전제한 표현"이라며 "기획단계에서부터 김녕 지역 주민들의 삶이 풍성해지도록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로 발전시켜왔다"고 밝혔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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