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K리그의 희망 FC서울이 '원정팀의 무덤'에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걸고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서울은 1일(현지시간)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에스테그랄(이란)과의 원정경기가 열리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첫 훈련을 가졌다.
경기장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다. 1,200m 고지대와 10만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으로 인한 압박감이 상당하다. 한국 축구 A대표팀 역시 이곳에서 열린 이란과의 역대 다섯 차례 맞대결에서 2무3패로 부진했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0대2 패배 이후 무려 39년간 '무승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결전을 앞둔 서울 선수단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2대0으로 이겨 한결 부담을 떨친 모습이었다.
우려했던 홈 텃세가 없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0월 테헤란 원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란 측의 견제와 비협조로 훈련 장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고,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운전수가 일부러 길을 돌아가는 비상식적인 일을 겪었다. 서울 코칭스태프도 그런 전례에 비춰 에스테그랄의 텃세를 우려했으나 경기 전날까지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 구단과 동행한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대표팀이 이란에 와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의아할 정도"라며 "경기를 앞두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4강 2차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고명진은 "(5시간 반)시차로 인해 조금 일찍 일어났던 것을 빼고는 (환경적으로)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배려도 엿보인다. 서울 선수단이 묵은 올림픽호텔의 경우 아자디 스타디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버스로 10분 이내 거리로 훈련에 집중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K리그와 한국을 대표해 권위 있는 대회 4강에 오른 선수들의 노력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1차전 승리로 유리한 점은 있겠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드시 이기기 위해 테헤란에 왔다"며 "좋은 결과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러 모로 서울에 좋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운명의 맞대결은 3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각) 킥오프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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