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보잉과 英·佛·獨 전투기 결국 살아남지 못할 것"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전투기 사업 계약을 연기하겠다는 한국의 결정은 전투기 산업이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통합공격전투기(JSF) F-35에 유리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F-35는 스텔스 기능과 최신 전자 장비를 갖춘 5세대 전투기로 현존하는 전투기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게 록히드 마틴측의 주장이다.
록히드마틴과 노드롭그루먼, BAE,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계열사인 프랫 앤 휘트니가 생산하는 F-35는 2001년 보잉을 누르고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됐으며, 미군은 향후 30년간 2700대 이상을 주문할 계획이며 영국, 일본을 포함한 9개 국가도 F-35를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한국의 차기 전투기 사업 결정 연기로 록히드의 F-35가 힘을 얻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WSJ 은 한국의 결정은 미국 2위의 방산업체 보잉에 타격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보잉은 이미 한국에 F-15K 전투기를 판매한 업체로 77억달러(한화 8조3000억원) 의 예산으로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한국 전투기 사업에 F-15 전투기를 개량한 F-15SE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 국방부는 스텔스 전투기로 북한 핵 위협에 맞서려는 한국 정부의 니즈를 보잉 전투기가 만족시키지 못하는 만큼 전투기 입찰 경쟁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록히드와 파트너사들은 F-35 생산 비용을 줄이고 입찰 경쟁에 다시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전투기 도입 프로그램은 미 국방부의 지원을 받는 F-35가 유일한 서방의 최첨단 전투기로 남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투기 생산업체들의 일감이 없어지고 있는 탓이다.
보잉은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문한 F-15 전투기 84대를 생산 중이며 2019년까지 생산라인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잉은 올해 초 호주에 EA-18G 그라울러(F-18 기반) 12대를 판매했다.
문제는 앞날이다. 생산라인을 유지하려면 계속 전투기를 팔아야 하는데 사는 나라가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 전투기 사업을 따냈다면 F-15 라인을 2021년이나 2022년까지 가동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보잉은 그래도 F-15와 F-18 라인을 지속할 기회가 아시아와 중동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은 업계 고위 임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보잉은 또 F-35 이후에 나올 6세대 전투기 개발 가능성을 검토 중이지만 이 사업은 2020년대 말이 지나서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덧붙였다.
방산분야 컨설팅 업체 틸그룹에서 항공산업을 분석하는 리처드 아보울라피아는 “보잉이 시장에서 빠지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는 항공산업의 한 시대가 끝나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끝남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업체들도 생존하지 못할 것으로 WSJ은 전망했다. 영국과 독일의 예산 삭감으로 유럽 컨소시엄이 생산 중인 유로파이터의 타이푼 판매가 제한되고 있으며, 중동에서 주문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 전투기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다고 WSJ은 전했다.
RBC 캐피털 마켓의 롭 스탤러드는 “모두들 언젠가 닥칠 일을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프랑스 다소의 라팔 전투기가 인도에서 따낸 주문을 완수한 뒤에 위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F-35를 생산하는 록히드마틴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WSJ은 예상했다.
틸그룹에 따르면 미국, 유럽, 러시아의 전투기 제조사들은 올해 169억달러 어치 전투기를 생산할 것으로 추산되는 된다. 지난 5년 간 평균은 157억달러다. 틸그룹은 F-35 생산이 늘어나면서 2020년께 이 수치는 연 2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록히드의 전투기 시장 점유율은 거의 25%에 인데 틸 그룹은 이 비율이 오는 2022년에는 68%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F-35가 2015년부터 미국 해병대에서 공식 사용되면 이 해에 F-35가 록히드 매출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록히드 매출은 472억달러를 기록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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