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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메뉴에 '이·채·국'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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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밥상 이석기·채동욱·국정원 이슈
-대치政局, 민심은 어디로 흐를까…개성공단·이산상봉·빡빡한 경기도 화제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전슬기 기자] 추석을 앞둔 김보름(가명·41)씨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고향집에 둘러앉았다. 올해는 남자들이 모여서 송편을 빚기로 했다. 장남인 김씨에게 일흔이 넘은 아버지가 대뜸 묻는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말 혼외자식이 있는 거니?"


김씨는 무심하게 답했다. "글쎄요. 모르긴 몰라도, 조선일보에서 아무 근거 없이 그렇게 썼겠어요."

옆에 앉아 송편을 빚던 둘째가 말을 거들었다."검찰총장 찍어내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요즘 채 총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도 세게 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 가족들한테서 추징금도 받아내고 일 잘해왔는데…. 청와대에서 위기감을 느꼈나?"


아버지가 말을 받았다. "그래도 고위공직자가 혼외 관계를 가지면 되겠니? 거기다 자식까지 두고."


김씨는 여전히 무관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사실규명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요. 유전자 감식하면 금방 결과 나올 텐데요."


여동생이 한마디 한다. "조선일보 보도는 좀 그렇더라고요. 기자하는 제 친구가 그러는데 통상 언론이 문제제기하는 수준과는 달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정보당국이 흘려줬다는 등의 음모설이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김씨 여동생의 남편인 박 서방이 끼어들었다. "어제 3자회담하는 거 보니까, 박 대통령은 대화할 생각이 없는 거 같던데요. 야당 대표가 50일 가까이 천막에서 지내고 있는데 뭔가 명분을 줘서 국회로 되돌아가도록 해야죠. 자기 소신만 주장하면 정치가 아니죠."


부엌에 있던 어머니가 대뜸 끼어들었다. "근데 김한길 대표는 많이 늙었더라. 최명길이랑 예전에 선거운동할 때는 훤했는데. 밖에서 그러고 있으니. 쯧쯧."


'흠흠.' 아버지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버지가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 나오는 버릇이다. "그래도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지 않니. 개성공단 봐라. 북한에 자존심 안 굽히고 잘 해결했지 않느냐. 주사파라나 뭐라나.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같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란 게 말이 되는 거냐."


김씨는 송편 빚는 손놀림을 늦추면서 말했다. "박 대통령이 밖에서는 잘하는 거 같은데 국내 문제에서는 너무 '마이웨이(my way)'인 거 아닌가 싶어요. 윤창중 사건도 결국 인사 잘못 아닌가."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 "그때 난리 났던 윤창중은 지금 어디서 뭐하는지 몰라. 한참 이야기 나오더니 쏙 들어갔네. 이번 정부는 뭐가 이렇게 망측한 사건들이 많다니…."


둘째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그는 공기업 과장이다.


"그나저나 국회는 언제 제대로 돌아갈까 싶어요. 민주당이 천막에서 계속 저러고 있으면 국정감사는 어떻게 하려는지. 저희 회사는 몇 달 동안 사장이 없어서 제대로 사업도 못했는데 국정감사도 사장 없이 받아야 할 판이에요."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박 서방이 나섰다. "경기가 좀 살아나고 있다는데 전혀 느끼질 못하겠어요. 저희 회사뿐 아니라 여의도 증권사들이 사람들 많이 내보냈거든요. 추석이 돼도 상여금 기대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죠. 장인어른 이번에 용돈이 좀 적더라도 이해해주세요. 헤헤."


아버지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너희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복이 많은 늙은이다. 옆집 최씨네 막내는 대학 졸업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취업을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 이번 추석 때도 내려오지도 못하고. 맨날 최씨가 중소기업에라도 취직해라, 장가들어라고 잔소리를 하니 집에 오기도 싫겠지."


김씨의 손에 마지막 송편 재료가 쥐어졌다. "제가 빚은 송편이 제일 실하고 예쁘네. 제 손이 어머니를 닮았잖아요. 하하."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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