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아시아경제 김근철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워싱턴 정가의 뜨거운 이슈였던 시리아 사태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차기 의장 지명 과정에서 그는 모두 낙제점을 받은 상태다.
벤 버냉키 FRB 의장 후임 지명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 종결됐다. 그러나 후유증과 상처는 오롯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
이번 논란은 당초 월스트리트와 학계 등에서 두루 지지를 받던 재닛 옐런 FRB 부의장을 제치고 자기 사람인 서머스 전 장관을 밀고 나서면서 촉발됐다.
대부분의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들이 모두 향후 출구전략을 담당할 적임자는 옐런 부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 반대 여론에 밀려 자신의 카드를 접어야 하는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은 앞서 시리아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이미 깊은 내상을 입은 상태다. 사태 초반에 오바마 대통령은 강력한 군사 응징론을 주도했다. 하지만 영국 등 우방은 물론 국내 여론조차 미국 독주의 시리아 군사 개입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면서 무기력증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패착이 이어지자 비판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 전 장관 지명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약세를 보였다"면서 향후 정국 주도권 장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 역시 최근 상황이 백악관의 위상 약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공화)은 지난 15일 CNN에 출연,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를 다룰 능력이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더 아픈 대목은 최근 두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여당인 민주당 일부 의원들조차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가을 의회에서 공화당과 대회전을 앞두고 있다. 미 의회는 9월부터 내년 정부 예산안과 10월이면 바닥날 정부 부채 상한 증액을 다루게 된다.
공화당은 이번 기회에 오바마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온 전 국민 의료보험 정책, 즉 '오바마케어'까지 무력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번 승부는 내년 중간선거는 물론 향후 3년 임기가 남은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과도 직결돼 있는 최대 승부처로 평가된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의식,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정부 부채 상한 협상과 관련해 의회와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즉각 재정 삭감 조치를 끝낼 수 있게 적극 나서야 한다"며 반격의 고삐를 쥐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정국을 돌파해갈 원동력을 이미 상당히 잃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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