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근로자들 줄어든 초코파이에도 '묵묵'…일감 걱정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166일 만에 개성공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북 근로자들이 힘을 합쳐 멈췄던 기계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5개월 내내 굳어 있던 사장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재가동의 기쁨 속에 언뜻언뜻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의 아픔이 엿보였다.
◆물량 없어 걱정·돈 갚을 걱정 =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재가동 날에 맞춰 직원들을 보냈는데 현장 분위기는 모두 좋다고 전해왔다"며 "오후부터 출근한 북측 근로자들과 함께 점검을 마쳤다"고 말했다. A대표는 지금 서울에 남아 생산재개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으며, 18일부터는 추석 휴가를 반납하고 직접 직원들과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더(주문)가 부족해 예전 생산량을 회복하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A대표는 "일단 가동이야 하겠지만 예전 생산량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라며 "가을·겨울옷 주문이 모두 동남아로 몰려서 생산량 회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협보험금 상환도 기업인들에게는 부담이다. 수출입은행은 개성공단 재가동이 결정되자마자 내달 15일까지 경협보험금을 갚으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고, 기업들은 바이어들이 떠난 상황에서 여유자금이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기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상환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은은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순한 양'된 북측 근로자들 = 5개월 만에 만난 북측 근로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현지를 찾은 대표들은 전했다.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 겸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반갑다며 서로 얼싸안았다"며 "열심히 일해서 빨리 만회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출근한 북측 근로자들은 일터 주변을 정리하고 기계 상태를 정비해보며 바쁘게 보냈다고 옥 대표는 전했다.
제조업체 B사 대표는 "오랜만에 기계 소리를 들어 너무 좋아하더라"면서도 "북측 근로자들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고 전했다. 폐쇄 전에는 개인적 의견도 활발하게 나누던 북측 근로자들이었지만, 오랜 폐쇄상태 때문에 적잖이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B대표는 "3~4개씩 주어졌던 초코파이가 두 개로 줄어든 것도 알 텐데 아무 말도 없었고,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도 없었다"며 "작업에 열중하는 것은 좋았지만 '순한 양'처럼 변해버린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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