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금품수수 의혹 외에도 각종 인사 청탁이 오간 정황이 드러났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황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과 관련증거 공개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 전 대표는 원 전 원장과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 사이에서 만남을 주선했고, 한국전력 사장이 되길 원했던 김 전 사장의 뜻을 전달했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증거에 따르면 황 전 대표는 김 전 사장이 한전 사장에 내정되기 직전인 2011년 8월 자신의 부인에게 “내일 김중겸이 한전 사장이 될 것”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이 황 전 대표에게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그는 “원 전 원장이 말해서 알았다”고 답했다.
세 사람은 앞서 함께 골프를 쳤고 당시 김 전 사장은 한전 사장 자리를 원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김 전 사장은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면서 본인의 입지가 좁아지자 한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공판에서 황 전 대표는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원 전 원장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한 바 있다.
원 전 원장은 “현금을 받은 적은 없다. 순금과 크리스털은 받았지만 생일선물이어서 대가성이 없고 부인이 받은 것이어서 당시엔 그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황 전 대표는 검찰이 금품을 전달한 이유를 묻자 “부탁도 해야 했고 고마움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연수원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했고, 중간에 자신이 나서 원 전 원장에게 부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인 2009년 7월 홈플러스 공사를 수주하려던 황 전 대표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모두 1억7400여만원 상당의 현금과 선물 등을 받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이와 별건으로 국가정보원의 정치관여ㆍ선거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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