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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대체휴일제…"휴일도 양극화시대 도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4초

정부, 파급효과 큰 대체휴일제 실시하면서 민간분야 도입 시기·범위 등 제대로 파악 안한 채 추진…노동계·전문가들 "졸속·면피식 반쪽짜리" 비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대체휴일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섰지만, 민간 분야의 실시 여건이나 국민 생활·경제에 끼칠 영향 등을 제대로 따져 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휴일제 실시로 연평균 1.1일의 휴일이 더 늘어나 큰 파급 효과가 예상됨에도 일부의 반발을 의식해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8일 설·추석 연휴가 공휴일과 겹치거나 어린이날이 토요일·공휴일과 겹치면 이어지는 첫 번째 평일 하루를 더 쉬는 대체휴일제를 실시하겠다며 대통령령인 '관공서 휴무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부가 대체휴일제의 파급 효과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체휴일제는 기업들이 생산 차질·임금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등 매우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관공서 휴무에 관한 규정을 직접 적용받아 대체휴일제 도입이 의무화되는 공공부문(공무원·공기업 등)과 달리 민간 분야(기업·자영업 등)에서는 대체휴일제가 얼마나 어떻게 실시될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1700만명 중 공무원 100만명과 각종 공기업 직원 200여만명 등 300여만명의 '공공부문' 종사자를 제외한 1400여만명이 일하는 민간 분야의 근로자들에 대한 대체휴일제 적용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조사해 놓은 것이 거의 없다. 일각에선 대기업·금융기관 등 노조가 강한 기업들을 빼면 비정규직·중소 영세 소규모 사업장 등에서 일하는 1000만명 안팎의 근로자들이 대체휴일제 실시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행부는 이에 대해 "민간 분야도 노사 간 단체협약·취업 규칙에서 휴무를 관공서의 휴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공공분야를 따라 대체휴일제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지만 막연한 관측 수준일 뿐이다.


부처 간에 소관을 떠넘기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민간 분야의 대체휴일제 실시 범위 등을 파악해 놓았냐는 질문에 안행부 관계자는 "우리는 연구해 놓은 것이 없다. 고용노동부에 물어보라"고 말했으나 고용부 측은 "이번 대체휴일제 시행은 안행부 소관으로 그쪽에서 파급 효과 등을 연구해 놓지 않았겠느냐. 우리는 조사해 놓은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일부 전문가들과 노동계에선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과 재계의 반발 속에 눈치를 보면서 반쪽짜리 대체휴일제를 던져 놓고선 책임을 다했다고 '자위'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정책연구본부장은 "현재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설·추석이 아닌 국경일은 근무하는 경우가 많으며, 단체협약·취업규칙을 적용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비정규직 등에서는 아예 못 놀거나 무급으로 쉬고 있는 실정"이라며 "관공서 휴무에 관한 규정을 바꾼다고 대체휴일제가 민간 부문에서 실시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이어 "우선 정확한 실태조사부터 해봐야 한다"며 "법정 공휴일을 민간에서 의무적으로 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차라리 반쪽짜리 대체휴일제보다는 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관공서 휴무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 민간도 따라 할 것이라는 전망은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며 휴일에서도 국민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공휴일에관한법을 통해 모든 명절·국경일 등 공휴일이 토요일·공휴일과 겹칠 경우 이어서 하루를 더 쉬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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