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모기지 상품 등 '깜짝 카드' 포함된 매매장려책…물량 적어 한계
단기적으론 공공임대 집중 공급…수요층 선호하는 아파트는 제외돼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전·월세 문제를 해결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정부와 여당이 머리를 맞댄 후 대안을 내놨다. 28일 전월세 안정화 방안은 현 정부의 두 번째 부동산대책이자 종합선물세트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장기모기지 상품 같은 '깜짝 카드'가 지나치게 좁은 수요층에 적은 물량으로 제한돼 효과가 극대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매매심리 진작책 ▲임대주택 공급방안 등이 골고루 담겼다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 등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싸게 지원해주거나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이 여러 채 구입하는 부담을 줄여줘 매매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로만 몰리는 수요를 월세와 함께 주택구입 쪽으로 돌려 과잉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목적에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책만 보면 기존 주택 전세난으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의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예상했던 것보다 (내용이) 크긴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다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도 집 안 살 겁니까?=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당정의 합작품은 전세 수요에 몰려 있는 물량을 매매로 돌리기 위해 기존 틀 속에서 정책 지원 대상이나 금액, 규모 등을 최대한 늘리는 데 초점을 뒀다.
국민주택기금의 근로자·서민 구입자금 지원 요건을 부부합산소득 6000만원 이하, 6억원 이하 주택구입 시 2.8~3.6% 지원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특히 1%대의 초저금리로 주택기금과 주택구입자가 수익과 위험을 나눈 모기지론은 지금껏 주택을 매입하지 않았던 수요층에는 매력이 큰 상품이다.
국민주택기금과 세수에 일부 손실이 있더라도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당초 4·1대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가운데 대책으로 쓸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쳤던 전문가들도 신모기지론으로 당장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우선 단기효과가 나올 것"이라며 "전세 매물이 전혀 없는 가운데 1%대 금리로 장기간 빌려주면 한번쯤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이 오르면 대출받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담보 대비 부채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집값이 내려가면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도 막아야겠지만 시장 상황에 맞게 집값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월세 세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월세 소득공제도 확대키로 했다. 현행 월세전환에 따른 50%의 공제율을 60%로, 공제한도는 300만~500만원으로 확대된다.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쪽이 저소득 세입자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크지만 제도설계를 위한 시간이 촉박해 단기로 소득공제 확대로 가닥을 잡았다.
◆취득세 영구 인하…매매심리 살린다=기대했던 취득세율 영구 인하 조치는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9억원 이하 2%, 9억원 초과 4%인 주택 취득세율은 6억원 이하 1%, 6억원 초과~9억원 2%, 9억원 초과 3%로 하향 조정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취득세 등 거래세는 줄이고 보유세는 높이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취득세 때문에 관망세를 보였던 대기수요가 매매수요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취득세 인하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 국회통과나 시행시기 등에 따라 시장은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 등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야당의 대응과 지자체의 세수보전 대책 마련 등이 변수로 남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정부의 취득세 인하안이 확정됨에 따라 시장을 관망하던 사람들이 매매수요로 일정 부분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소화불량이 심각한 6억원 초과 주택이 이번 방안으로 얻는 혜택이 실질적으로 없는 부분은 아쉽다는 견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6억~9억원의 2% 과세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 집중 공급…이사철 전세난 진화=또 매입·전세임대주택을 조기 공급기로 한 것은 9월 이사철의 전세난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다가구와 보유 중인 준공 후 미분양주택 2000가구를 9월부터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4·1대책에서 올해 매입임대 1만1000가구, 전세임대 2만5000가구 등 총 3만6000가구(재개발·재건축 매입 4000가구 제외)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입임대는 적합한 주택이 많지 않아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더욱이 매입임대는 다가구와 다세대 등 아파트 이외의 주택이 대부분이 될 것으로 보여 전세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주택형태가 아니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급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매입·전세임대의 대상 조건을 완화키로 했다.
민간 영역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조치는 임대사업자의 주택구입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정리했다. 대출금리를 5%에서 2.7~3%로 낮추고 한도는 6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 늘렸다. 매입대상은 미분양에서 기존 주택으로 확대했다. 또 5년 이상 임대 시 6년째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액을 매년 3%에서 5%로 늘리고 10년간 최대 30~40%로 확대키로 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전월세 문제, 임대시장 등 불안 요인은 한 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결국 이를 준비할 수 있는 민간임대사업 활성화 등 방안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모기지 상품 등 국회 통과가 없이 시행할 수 있는 조치를 제외하면 여전히 법 통과가 관건이 될 수 있다며 야당이 서민 주거안정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야당의 강력한 주장이었던 전월세 상한제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기에 이 부분을 설득할 수 있어야 법안의 국회 통과를 통한 시장 안정 효과 극대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성규 연구위원은 "군불은 충분히 땔 수 있는데 지속적 화력을 가진 불길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국회에 달려 있다"며 "서민의 삶의 터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당정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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