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통합 産銀으로…정치에 널뛴 公기관의 비극
산은 민영화 이유로 조직 분리했다가 무산되자 다시 합쳐
정금공 자산 71조·인력 400여명으로 불리더니 한순간에 없애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정부의 정책금융체계 개편 결과에 따라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과의 분리 4년만에 재통합된다. 2조원 규모의 선박, 항공기, 자원개발, 인프라 분야 등 대외 지원 기능은 자산, 부채, 인력 모두 수출입은행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공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공중분해 수순을 밟게 됐다. 정책금융개편 최대 희생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공사는 산은이 민간영역과 마찰을 빚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확대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2005년부터 설립이 논의돼 왔다. 당시 국회는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을 제기했고, 감사원 역시 국책은행 감사에 나서는 등 안팎의 요구가 거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은의 민영화를 전제로 산은의 정책 기능과 조직을 일부 떼어내 별도의 기관으로 2009년10월 정책금융공사를 세웠다.
공사는 한국정책금융공사법에 기반, 중소·중견기업과 신성장 동력산업, 사회간접자본 분야 등 업무를 수행해왔다. 지난 4년간 약 41조원의 자금을 공급했으며 이 가운데 21조8000억원 가량은 온렌딩과 직접대출 등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집중 지원했다.
조직 규모도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2009년 말 40조5000억원, 22조40000억원 수준이던 자산과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71조3000억원, 49조2000억원으로 각각 76%, 120% 늘었다. 2009년 말 108명 수준이던 재직인력 역시 2012년 말 385명을 기록했고, 8월 현재 400명을 웃돌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감사원 등으로부터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다른 기관과 업무가 중복돼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대내 정책금융을 산은과 정책금융공사가, 대외 정책금융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맡고 있어 업무 중복뿐 아니라 공백문제까지 발생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사의 업무 효율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점에 달했다. 새 정부가 2009년 공사의 분리 근거였던 '산은 민영화' 작업을 백지화 시키면서 별도의 공사가 필요한지에 대한 재검토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는 두 기관이 현 체재를 유지하면서 다른 정책금융기관과의 업무 중복을 해결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이 의견이 힘을 얻기도 했지만, 정부는 결국 '통합'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개편으로 공사의 대부분 조직은 산은으로 흡수되지만 해외자산은 수은으로 이관된다. 또 선박금융 관련 업무 담당자들은 부산으로 사무실을 옮긴다. 업무와 조직 모두 여기저기로 흩어지게 된 셈이다.
개편 결과 발표 이전부터 일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두 기관의 통합은 예견된 수순으로 여겨졌지만, 논란은 여전히 거세다.
공사 관계자는 "점진적으로 이뤄진 인력 등 공사의 조직확대는 모두 당시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았던 내용"이라면서 "당시에는 분리, 조직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정부 책임자는 지금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또 "통합 과정에서 자기자본이 줄면서 산은의 재무상황이 악화돼 자금회수에 나서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공사와 거래하는 다수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통합으로 자금공급 여력이 축소되고 여신 익스포저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 두 기관의 통합을 반대해 왔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산은 내부의 정책금융본부와 기업은행, 신·기보 등 다른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유지·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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