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관련 단체 11곳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할 경우 자칫 중소기업계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다음달 5일 공개 변론 예정인 갑을 오토텍의 통상임금 소송을 앞두고 중기업계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1개 중소기업단체는 27일 통상임금 산정범위 논란과 관련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현장 중소기업과 최근 경제상황을 고려한 신중한 판단을 해 달라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단체는 중기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대한설비건설협회, 코스닥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다.
중소기업계는 탄원서를 통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현실화 될 경우 기존 고용부 지침에 따라 수십년간 유지해온 임금질서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경영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부터 시작돼 산업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9곳(89.4%)이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가 기업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또 10곳 중 7곳(68.4%)은 ‘현재의 통상임금 범위를 유지’해줄 것을 요청했고 11.4%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손실 등 한계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매출액 50억원 미만의 소기업들은 인건비 비중이 36.2%에서 44.4%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또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범위 포함이 현실화 될 경우 중소기업이 일시에 부담해야 할 비용은 14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소기업 당기순이익의 77%, 영업이익의 39%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중소기업계 전반에 임금 증가로 인한 경영악화와 신규채용 중단, 생산 손실 등 피해가 매년 누적될 것"이라며 "자칫 뿌리산업이 고사(枯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사례처럼 통상임금의 범위를 ‘1임금산정기간 내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명확히 규정해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며 “노동비용 증가는 일자리 감소 및 고용의 질 저하를 동반하는 만큼 경제여건을 반영한 사법부의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 및 통상임금 산정지침(고용부 예규)은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을 포함하지 않고 있으나 대법원에서 분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판결 이후 이와 관련된 소송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다음달 공개변론 등의 과정을 거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산정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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