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명 흡연자 19년간 역학 조사…한해 1조6914억원 진료비 지출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27일 건보공단이 발표한 '흡연의 건강영향과 의료비 부담'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흡연으로 초래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1조6914억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46조원)의 3.7%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흡연이 질환 발생에 기여한 뇌혈관질환ㆍ허혈성심질환ㆍ당뇨병ㆍ폐암ㆍ고혈압 등 5개군에 쓰인 진료비만 1조원이 넘었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뇌혈관질환이 3528억원(남성 2138억원ㆍ여성 4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허혈성심장질환(2365억원), 당뇨병(2108억원), 폐암(1824억원), 고혈압(1065억원)의 순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건보공단이 연세대학교와 함께 1992~1995년 공단 일반검진을 받은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30세 이상 부양자 등 130만명을 대상으로 2011년 12월까지 19년 동안 '흡연의 건강영향과 의료비 부담'을 공동 연구한 결과 밝혀졌다. 이 기간 동안 암은 14만6835명, 심ㆍ뇌혈관질환은 18만2013명에게서 발생했는데 이를 다시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나눠 대상자의 질병과 사망 자료를 추적했다.
그 결과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6.5배나 높았다. 남성 흡연자의 경우 후두암의 79.0%, 폐암의 71.7%가 흡연으로 인해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9년 동안의 추적 연구를 통해 흡연이 개인 건강에 얼마나 악영향을 주는지, 이로 인해 건강보험 진료비가 얼마나 새어 나가는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은 흡연이 단순히 개인 차원을 넘어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판단,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검토해 왔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흡연은 흡연자에게 질병 발생과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흡연으로 인해 증가한 의료비는 결국 건강보험이 책임지게 된다"며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가 담배로 인해 추가적인 보험료를 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현재 저출산ㆍ고령화, 노인진료비와 만성질환 증가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강보험 수입지출 구조 변화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비관적 시나리오의 경우 연간 건강보험 적자 규모는 2030년 28조원, 2040년 65조6000억원, 2050년 102조2000억원에 이어 2060년 132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령 인구의 건강 상태가 좋아지고 피부양률 감소 추세가 현재와 비슷하다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2060년 70조4000억원의 재정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됐다.
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진료비 '누수'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단 측은 금연을 하면 심뇌혈관질환은 1000억원, 폐암 700억원의 진료비가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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