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화 환율 사상 최고치..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진 않을 것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멕시코 '데킬라 위기'의 데자뷔(재현)다." "패닉셀링이다." "해외투자의 잣대를 바꿔야 할 시점이다."
인도가 금융시장의 화약고로 떠오른데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도 다채롭다. 21일 루피화 환율은 사상 최고치인 달러당 64.13루피까지 치솟았다가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겨우 63.13 루피로 마감했다. 마감 환율도 사상 최고치다. 루피화 가치는 올해 들어 16%나 빠졌다.
◆약한고리 먼저 휘청 = 민상일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인도 외환위기의 문제를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의 '데자뷔'라고 분석했다. 민 센터장은 "1994년 당시 인도처럼 경상수지 적자에 해외자본 집중도가 높았던 멕시코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약한고리'로 불렸고 미국 출구전략의 타격을 가장 강하게 입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3%에 머물던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6%까지 끌어올렸다. 글로벌 유동성은 달러자산으로 이동하게 되고 당시 가장 '약한 고리'로 불리었던 멕시코는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국가부도 사태에 내몰렸다.
하지만 인도 외환위기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그는 "인도와 태국은 경상수지 적자에 산업구조도 3차 산업 중심이고 개별 기업의 기초체력도 한국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면서 "코스피의 경우 미국 출구전략 우려가 선반영된 부분도 있고, 큰 상승모멘텀이 없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닉셀링 우려 있지만 출구전략 선회 가능성도= 이런 상황에서 '패닉셀링'(공포 매도)이 이어지면 코스피 지지선을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도 쇼크가 불거지면서 20일 코스피는 1.55%밀린데 이어 21일도 1.08% 떨어지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공황에 의한 매도가 일어나면 지지선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매집을 해도 되는 코스피 지지선은 1820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나빠진다면 미국이 출구전략의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수출규모나 개별 기업 펀더멘털이 한국의 경우 인도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영향이 크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해외투자 잣대 변경 가능성 부각= 이번 신흥국 위기를 계기로 다인구 다자본을 기준으로만 움직였던 해외투자의 잣대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부사장은 "인도, 터키, 브라질, 동남아 등은 대부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들로 근본적인 문제는 높은 인구증가율, 풍부한 자원에 비해 국가의 전체적 시스템의 선진성이 낮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세안국가들의 교육수준이나 정치적 역량, 자본시스템은 상당히 미비하다"면서 "해외투자는 복합적인 차원에서 해당국가의 모든 분야를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잣대로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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