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 공급 제한"..인도에서는 루피 공급 제한하자 국채금리 급등 부작용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선진국의 투자금 이탈 우려가 신흥시장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들이 내놓는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일부 신흥국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많은 신흥국가들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통화 가치 하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신흥국가들은 유동성 공급도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하고 있지만 되레 금융시장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자국 국채 금리가 치솟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날 터키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리라화 가치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라화 가치가 21일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통신은 이날 터키 리라화가 사상 최저인 달러당 1.9745리라에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터키 중앙은행은 리라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 중 하나인 하루짜리(오버나이트) 대출(lending) 금리를 7.25%에서 7.75%로 상향 조정했다. 블룸버그의 동결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대신 중앙은행은 또 다른 기준금리인 1주일짜리 환매조건부 채권 금리를 4.5%로, 하루짜리 차입(borrowing) 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 두 개 금리를 동결한 것은 블룸버그 예상과 일치한 결과였다.
깜짝 기준금리 인상에도 리라화가 더 떨어지자 오히려 시장 관계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시장이 중앙은행에 금리 인상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앙은행이 결국 금융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주식과 채권 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터키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의 내셔널1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6% 급락 마감했다. 내셔널100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중앙은행은 리라 가치가 계속 떨어지자 금일 실행되고 있는 추가적인 리라 유동성 긴축 조치가 계속 될 것이며 경매를 통해 최소한 하루 1억달러의 외환을 풀 것이라고 밝혔다. 리라 약세를 유발할 수 있는 리라 공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대신 외환 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의도다.
하지만 리라 공급 제한은 국채 금리 상승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이날 터키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60%포인트 급등한 9.75%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는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터키처럼 최근까지 루피화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루피 유동성 공급을 자제해 왔던 인도는 이날 800억루피의 유동성을 은행 시스템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피화 가치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루피화 유동성 공급을 억제했더니 국채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까지 인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5거래일 동안 1%포인트가량 오르며 9.24%까지 치솟았다. 20일에는 8.9% 선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장중에는 9.48%까지 치솟았다.
국채 금리가 치솟자 인도 중앙은행(RBI)은 국채 금리 안정을 위해 23일 장기 국채를 매입해 800억루피를 은행 시스템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중앙은행은 유동성 긴축 조치 때문에 국채 금리가 지나치게 올랐다며 유동성 정책을 뒤집은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시장 상황을 봐 가며 국채 매입 빈도와 규모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BI의 유동성 공급 정책 때문에 국채 시장은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10년물 국채 금리는 0.5%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8.4% 선까지 밀렸다. 하지만 루피 유동성 공급 소식에 루피화는 사상 최저로 떨어지며 이날 달러ㆍ루피 환율이 장중 한때 달러당 64.55루피에 거래됐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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