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 문학구장에선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SK와 두산의 2013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다. 3회 SK 수비에서 선발투수 윤희상이 타석에 선 오재원에게 두 차례 위협구를 던졌다.
초구에 이어 2구째마저 몸 쪽으로 날아들자 오재원은 윤희상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은 다행히 큰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다.
벤치 클리어링까지 벌어진 갈등의 배경은 사인을 훔쳐본단 오해였다. 윤희상은 2회 수비에서 최준석, 홍성흔, 오재원에게 세 타자 연속 홈런을 맞았다. 프로야구 통산 22번째의 진기록. 이 과정에서 오재원은 SK로부터 팀 동료의 도움을 받아 타격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빈볼에 이어 뜨거운 신경전이 일어난 주된 원인이다.
SK는 충분히 오해를 할만 했다. 윤희상은 세 타자를 상대로 모두 다른 구질의 공을 던졌다. 이를 두산 타자들이 안타도 아닌 홈런으로 쉽게 때려내니 구질이나 존이 읽히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평소 오재원은 투수의 공을 기다리며 적잖게 두 가지 동작을 보인다. 자신의 배트를 응시하거나 더그아웃으로 시선을 돌린다. 매번 그렇진 않지만 한껏 예민해진 SK는 이를 충분히 불편하게 여길 수 있었다.
사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포수의 사인을 읽기란 불가능하다. 다리 사이로 손가락을 펴 투수와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는 정확하게 보기조차 쉽지 않다.
더그아웃이나 주루코치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면 코스 정도를 간파할 수는 있다. 실제로 과거 몇몇 타자들은 포수들이 미리 몸 쪽이나 바깥쪽에 미트를 대고 있어 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포수들은 코스를 파악당하지 않기 위해 짧은 순간 사인을 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글쓴이는 이번 사건을 체계화된 전력 분석과 데이터에서 비롯된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 두산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세밀한 야구에 익숙하지도 않다. 오히려 그간 신사적인 자세를 고수해왔다. 매 경기 결과에 리그 순위가 바뀌는 치열한 형국이지만 선수들이 보다 차분하게 경기에 임하길 기대해본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