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이번 주는 주요국 통화정책에 따른 금리 변화가 매우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선진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두 가지 이벤트가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오는 29~30일(현지시각)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다음달 1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가 그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6월 '버냉키 쇼크' 이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여러 차례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한 발언들을 내놨다는 점에서 또 다시 이를 번복하는 발언들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양적완화 축소 이전에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먼저라는 연준의 의도를 시장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FOMC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미국의 FOMC보다는 유럽의 ECB 통화정책회의가 상승폭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7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상당기간 낮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forward guidance)'고 밝히면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기대했던 추가 정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만약 이번 8월 ECB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적인 조치들이 취해진다면 증시는 한층 상승 탄력을 받겠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기대감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코스피가 3주 연속 상승하며 1900선을 회복했다. '버냉키 쇼크'로 연중 저점을 기록했던 6월25일 종가와 비교하면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7.31% 상승했다.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주요 이벤트(FOMC 및 ECB통화정책 회의)가 대기하고 있다는 부담감으로 관망심리가 나타날 수 있는 시점이지만, 이미 주식시장의 상승흐름은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저점을 탈출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려했던 2분기 실적 발표가 증시에 충격을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까지 발표된 기업들만 놓고 본다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지난 1분기에는 영업이익 확정치를 기준으로 34%의 기업들만이 시장의 컨센서스를 충족했다. 반면 현재까지 발표된 2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60% 이상의 기업들이 시장의 컨센서스를 충족시키거나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기업실적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실적하향 조정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기대(컨센서스)와 실제 기업실적 간의 괴리가 충분히 좁혀진 결과라고 판단한다. 실적 발표의 초반부에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발표가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분기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은 실적발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컨센서스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코스피에서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들의 스타일을 통해서도 저점 탈출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종목들을 가치주와 성장주 두 가지로 분류했을 때, 성장주는 불황국면과 혹은 이익 모멘텀이 하락하는 구간에서 성과가 좋은 반면 가치주는 호황국면 혹은 이익모멘텀이 상승하는 구간에서 성장주 대비 초과수익을 기록한다. 이익 모멘텀이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극소수의 종목만이 이익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희귀한 자원(성장주)에 집중되지만, 차츰 기업 이익이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 되면 시장의 관심이 보다 싼 주식을 찾는데로 옮겨 가기 때문이다.
코스피 저점 탈출의 가능성은 외국인 순매수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외국인은 한국의 경기모멘텀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과거 경기선행지수순환변동치와 외국인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상승하는 구간에서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도 강화됐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 역시 경기 저점 통과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GDP증가율에서 경기의 턴어라운드가 확인된 만큼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우선 ECB는 지난번 정책금리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추가적인 액션을 취할 가능성 높지 않다. 반면 미국은 최근 단기 경기사이클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FOMC회의 이전 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 높다. 단기적으로 보면 미국 시중금리 상승을 글로벌 증시가 다소 위험요소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30일 발표될 미국의 5월 케이스-쉴러지수는 전월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 모기지업체(DR호튼)의 주가 급락, 시중금리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단기 고점 형성 가능성에 주목할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적으로 보면 국내 증시의 상승템포가 다소 조절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템포 조절의 정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2009년 이후 이 지표가 해당 수준에서 상승할 때 코스피의 전주 대비 하락률은 평균 -0.18%(현재 코스피 수준을 감안할 때 대략 30포인트 내외)를 기록한 바 있다.
외국인의 추가적인 자금 유입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내 주식형 펀드 중 해외투자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순유입되고 있다.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변경 이슈는 마무리됐기 때문에 국내 증시가 가진 성장성과 가격 수준을 상대적(미국 대비)으로 비교해 보면 주가수익비율(PER)은 55% 수준인데 반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미국 증시 대비 가격 수준은 낮고, 기업이익 성장률은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다. 외국인의 'U턴'이 지속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외국인 순매수가 초입 국면에 진입해 있는 화학과 자동차부품 업종이 유망하다는 판단이다.
◆강봉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지난 주 신흥국 펀드 중 글로벌 이머징마켓 펀드(GEM)와 아시아(일본 제외) 투자 펀드로 자금 유입세가 두드러지며 신흥국 전체적으로 2주 연속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자금 유입 규모는 작지만 미국 출구전략 우려가 완화되며 한국, 대만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외국인 순매수가 확대된 점도 긍정적이다.
선진국은 북미 투자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 규모가 감소했으나 여전히 '자금 유입 규모/펀드 총자산' 면에서 신흥국보다 우수한 자금 유입 흐름을 지속 중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선진국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 측면에서 상승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신흥국 증시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수급 개선 효과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주 외국인은 8872억원 순매수로 매수 규모가 크게 확대됐으며 주간 단위 3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국내 기관은 연기금이 3380억원 순매수 기록했으나 투신권이 1200억원 순매도로 기관 매수세가 감소하며 주간 단위 90억원 순매수를 기록 했다. 한편 지난 주 코스피 반등이 지속되며 국내 주식형 펀드가 787억원 환매를 기록해 이번 주 투신권은 1000억~2000억원 정도의 순매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 증시 수급은 외국인 매수세 지속, 투신권 소폭 순매도, 연기금 매수세 지속의 양상이 될 전망이며 완만한 증시 추가 상승 흐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지난 주 외국인의 경기 민감주 매수가 두드러졌으며, 기관 매수가 동반된 소재, 산업재가 수익률 상위를 기록했다. 이번 주 업종별 수급으로는 하반기 분기별 이익개선이 전망되며 외국인 및 기관 매수가 확대된 건설, 화학, 의료가 유리할 전망이다.
김유리 기자 yr6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