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많은 중국인이 결혼을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집 때문이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7월 13일자)는 중국 미혼 여성들이 신랑보다 집, 적나라하게 말해 주택 담보 대출과 결혼하고 있다며 집값이 고공 비행할수록 기혼 여성들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성인 가운데 80%는 언제가 결혼한다. 68%인 미국보다 높다. 그러나 결혼할 때 상대방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별로 없다. '집'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집 없는 남성은 신붓감을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이 많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호라이즌차이나에 따르면 중국의 미혼 여성 가운데 75%는 배우자를 고를 때 상대방 남성에게 집 살 수 있는지 능력이 있는지 꼭 살펴본다.
중국에서는 남아선호사상으로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 여성 대다수가 집 있는 남성을 선호하니 결과는 뻔하다. 결혼 적령기의 남성과 이런 아들을 둔 부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과도한 대출도 마다하지 않고 집부터 사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는 중국에서 신붓감을 사이에 둔 치열한 경쟁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세태에 대해 비난하는 젊은 남녀는 '뤄훈(裸婚ㆍ벌거벗은 결혼)'을 선호한다. 뤄훈이란 젊은 남녀가 신혼집, 결혼식, 신혼여행을 생략한 채 혼인신고 절차만 밟고 결혼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 후 몇 년만 지나면 이들 중 십중팔구는 뤄훈을 후회한다. 집값이 계속 올라 결혼 후 집 사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택 마련에 대한 부담이 결혼을 앞둔 남성에게만 있는 걸까. 이코노미스트는 집에 대한 부담이 여성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전했다. 집값이 비싸다 보니 결혼한 여성의 70%는 신랑이 집 사는 데 돈을 보탰거나 결혼 후 주택 담보 대출을 갚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혼 여성이 집을 소유하는 데 금전적으로 기여하지만 주택을 공동 명의로 등록한 여성은 30%에 불과하다. 베이징(北京) 소재 칭화(淸華)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레타 홍 핀처는 "많은 중국 여성이 부(富)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에 대해 공동 소유권조차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대도 별로 다를 바 없다. 2006년 이후 결혼해 집을 갖고 있는 부부 가운데 37%만 집이 공동 명의로 등록돼 있다.
2010년 이혼법 개정 이후 공동 명의가 아니어도 여성이 주택 소유에 일정 정도 기여했다면 이혼할 때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여성이 대출금을 얼마나 어떻게 갚았는지 관련 서류조차 갖고 있지 않아 자기 몫 챙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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