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해 사모님'의 그 업체, TV 방송 이후 관심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공중파 방송의 의혹 제기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영남제분이 증시에서도 화제다. 영남제분은 이달 들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남제분의 올해 1·4분기 분기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2위로 밀어내고 가장 많이 본 문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안정적 내수소비재의 대표주임에도 지난 4월 중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는 농심의 분기 보고서가 차지했다.
개별 기업이 지수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나 분기 보고서보다 많이 읽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더구나 영남제분은 지난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일평균 거래량 몇 만주에 거래대금 1억원대에 불과하던 종목이었다. 시장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는 기업이었던 셈이다.
소외종목 영남제분이 시장의 관심종목으로 등장한 것은 5월 하순이었다. 한 공중파의 방송 직후인 5월27일 3% 이상 하락하며 평소 거래량의 10배 가까운 30만주 이상 거래가 터졌다. 다음날인 28일에는 추가하락하면서 70만주 이상이 거래됐다.
거래 폭발의 백미는 지난 2일이었다. 지난달 말 후속 방송까지 나오며 주가가 추가하락하자 회사 임직원들이 나섰다. 방송에서 제기한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과 회사와는 무관한데 네티즌들이 나서 불매운동까지 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기업가치를 살리기 위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주가는 상한가로 뛰어올랐다. 거래량은 무려 790만주나 됐다. 네티즌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하지만 영남제분의 분기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소외 중소형주의 모습이다. 영남제분은 지난 1분기 매출 291억원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25억원으로 적자를 봤다. 환차손에 국제 밀값 상승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056억원, 영업이익 59억원, 순이익 28억원이었다. 1분기 말 기준, 직원수는 142명이다.
전형적으로 1000원어치를 팔아 몇 십원 정도를 남기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모습이다. 다만 오래된 업력에 꾸준한 이익으로 유보율은 400%를 오갈 정도로 재무구조는 견실한 편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치,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큰 기업이 아니다"며 "네티즌들의 불매운동은 사건과 아무 관계없는 직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안타까워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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