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짙은 눈썹과 높은 콧대, 조각 같은 얼굴로 혜성같이 등장했던 송승헌도 이제 연기경력 18년차의 배우가 됐다. 강산이 두 번쯤 변했을 시간이지만 그는 여전히 청년의 모습 그대로다.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종영을 맞아 취재진을 만난 송승헌의 표정은 밝았다. 한태상 캐릭터는 분명히 그에게 특별한 감흥을 선사했을 터.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비주얼을 완벽히 지웠다는 극찬을 이끌어내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태양의 여자' '적도의 남자' 등을 집필한 김인영 작가가 맡아 더욱 화제가 됐다. 물론 회가 거듭하면서 '막장드라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캐릭터가 방향을 잃었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수목극 1위를 수성하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작품의 인기 때문일까. 항간에는 송승헌이 드라마 현장에서 대본에 적극 개입하며 작품을 수정해 나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물론 이니셜을 통해 조심스런 추측이 제기됐을 뿐, 정작 본인은 이런 이야기들이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드라마는 나온 대본에서 정말 토시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연기를 했어요. 감독님도 작가님이 쓴 대본에 단 한 줄 손을 안 댔고요. 대본이 늦어지고 밤샘 작업이 시작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작가님이 써주시는 것에 대해 일절 손을 안대겠다 하시더라고요. 대사 한 줄 고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어 또 다른 루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바로 여자를 보는 눈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송승헌 정도 되면 그럴 만하지 않나'라는 말을 할 정도다. "누구나 까다롭지 않나요?"라며 웃던 송승헌은 사실 첫사랑을 만났을 때 '번개가 쳤다'.
"제가 첫사랑을 만났을 때 '번개친다'고 하는 그 느낌을 느꼈어요.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거죠. 그 친구도 저를 처음 보고, 저도 그녀를 처음 봤는데 남녀 간에 전기가 통한다는 게 만화에서 나오잖아요. 그런 것을 느껴봐서 그 이후에는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더라고요."
강렬한 경험 때문인지 송승헌은 쉽게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마지막 연애는 군대 가기 전에 했다. 스스로 '여자친구다' 생각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단다.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그는 "고등학교를 엊그제 졸업한 것 같다. 나는 아직 철이 안 들었나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결혼을 했죠. 그런데 결혼을 혼자 할 수는 없잖아요. 아직은 자신이 없는 것 같아요. 푸근한 남편이 되기엔. (결혼을 하면) 자기 희생도 많이 필요한 거 같고, (현재로서는) 잘해줄 수 있는 자신감이 없는 거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싶긴 하죠.(웃음)"
또 한 가지, 송승헌은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혹자는 세월을, 주름을 탓하고 걱정하지만 그는 전혀 그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나이를 먹어갈 것인가,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하죠. 멋지고 중후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멜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리차드 기어(Richard Gere)처럼요. 그를 보면 정말 부러워요. 저도 노력해야죠."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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