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두달여 만에 2000선을 다시 밟은 코스피가 위태로운 고지 사수를 이어가고 있다. 5월의 마지막 날 역시 2000선을 지켜내기 위한 힘겨운 싸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 달부터는 그간 이어져온 글로벌 주요증시와의 격차 줄이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엔저에 따른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 외국인의 기조적 매도에 한 몫 한 뱅가드 이슈 등이 잠잠해지면서 그간 기를 펴지 못했던 코스피 대형주들의 날갯짓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IT·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 중심의 대응이 효과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생각보다 오래전에 시작됐다. 올 들어 디커플링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질적인 디커플링이 시작된 것은 2011년 말에서 지난해 초다. 해당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 증시는 상단이 막힌 박스권 흐름을, 미국 증시는 전고점을 계속해서 경신하는 흐름을 보였다.
유사한 시기에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의 레벨 다운이 확인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글로벌 증시에 대한 우려가 이러한 디커플링을 만들어 낸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유사한 시기에 중국 증시 역시 2010년 저점을 하향돌파 한 뒤 레벨다운 됐다는 점을 참고해야겠다. 중국과 한국은 글로벌 산업경기에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는 대표적 증시들이다.
내부적으로 보더라도 산업재와 소재 섹터의 상대적인 약세가 시작된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결국 글로벌 경기 회복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국내 증시의 깊은 디스카운트 구간을 형성한 원인이라면, 디스카운트 해소의 실마리도 글로벌 경기 모멘텀과 깊은 연관을 가질 것이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유럽 지역의 태도 변화는 이와 같은 모멘텀을 자극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밸류에이션 매력과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투자판단 근거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다음 달은 선진국과 한국 주식시장간의 격차를 줄이는 기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힘입어 유동성에 기초한 상승을 거듭한 것에 반해 한국시장은 제자리걸음을 이어오며 벌어졌던 격차를 본격적으로 줄이기 시작하는 기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시장의 유동성 효과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상되던 사안이다. 그리고 정책의 강도가 오히려 강해지고 범위가 넓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효과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최고가를 경신해가고 있고, 아베 정부의 출범 이후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8개월도 되지 않은 시간에 주가가 80%나 상승하는 폭발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한국시장은 이머징 마켓 전반의 부진에 한국시장 고유의 문제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유동성 효과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시장의 고유한 문제였던 지정학적인 리스크, 엔저에 따르는 기업·산업·국가 경쟁력 약화 우려, 주식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미친 뱅가드 상장지수펀드(ETF) 문제 등이 5월 중순 이후 본격적으로 해소국면에 들어서거나 완화되면서 격차 줄이기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뱅가드 문제와 같이 정해진 스케줄이 마무리 돼가는 이슈는 물론, 엔저에 따른 경쟁력 부담 등 예측하기 힘든 변수도 5월 이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6월 시장에 대한 기대는 설득력이 높다.
코스피가 2000을 회복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상승으로 상반기의 등락 범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등락 범위는 1950~2100 수준으로 제시한다. 섹터별로는 이익 측면이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모두 유리한 IT, 경기소비재(자동차)가 가장 유망해 보이고 통신서비스 등이 뒤를 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다음 달 업종 전략은 외국인이 귀환할 것을 바탕으로 수립했다. 외국인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순매수하게 되면 시가총액 사이즈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코스피 전체를 사들이는 모습이 되기 때문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만큼 순매수가 들어오는 것이다.
혹여 외국인의 순매수가 강하게 들어오지 않더라도 시가총액 대형업종은 그동안의 코스닥, 소형주, 우선주 등의 랠리에서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균형을 찾아가려는 시장의 특성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또한 시가총액 대형 업종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측면에서 현재 가장 매력적인 업종들이기도 하다. 저PBR-고ROE 팩터로 업종을 스코어링해 보면 에너지, 자동차, 반도체, 은행, 소매(유통) 순으로 업종이 선발된다. 낮은 PBR과 높은 ROE는 주식 투자를 가장 원초적이면서 직관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익을 많이 창출해내는(고ROE) 자본을 가장 싸게(저PBR) 산다는 개념이 그것이다. 대형 업종은 이러한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개념에도 가장 잘 부합하는 업종들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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