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최근 십여 년 간 호주의 경제를 이끈 광산·에너지 투자 붐이 이미 '꼭지'를 찍었으며 앞으로 내리막길을 달릴 것이란 분석이 나와 관련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호주 자원·에너지 경제국(BREE) 발표를 인용해 지난해 호주에서 1500억호주달러(약 163조원) 규모 광산, 에너지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업체인 호주에서는 올해 4월까지 최근 6개월 동안 총 73건의 광산·에너지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규모는 2676억호주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5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총 87건, 2684억호주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투자 규모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BREE는 "호주의 광산, 에너지 투자 붐이 이미 '꼭지'를 찍었으며 향후 5년간 내리막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까지 투자 규모가 2560억달러로 줄고 내년에는 80억호주달러 가량이 더 줄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에는 투자 규모가 2007년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달 호주중앙은행(RBA)도 천연자원 분야에 대한 투자가 '꼭지'에 근접했다고 밝히며 앞으로 투자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미 호주 광산 업계에서는 투자의 '꼭지'를 예상하고 앞 다퉈 허리띠를 졸라메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 업체인 BHP 빌리턴은 2014 회계연도에 자본지출을 18% 줄여 180억달러에 맞출 계획이다. 세계 2위 광산업체인 리오틴토도 올해 자본지출을 20억달러 줄이겠다는 목표다.
호주 광산, 에너지 투자가 최근 잇달아 연기되거나 취소된 데에는 원자재의 약세장 진입이 한 몫 했다. 씨티그룹은 올해가 원자재 슈퍼사이클 시대의 종료를 알리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광석은 구리, 금의 뒤를 이어 지난주부터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철광석을 사들이는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가 철광석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주범으로 작용했다.
24개 상품 가격을 따라가는 대표적인 글로벌 원자재 지수인 S&P GSCI는 2011년 말 이후 4배 가까이 올랐지만 올해 들어 2.6% 하락하며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호주 경제 성장의 주축인 광산, 에너지 투자에 '꼭지' 신호가 나타나면서 호주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 초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호주의 광산업 투자 붐이 갑작스럽게 멈추면 호주 경제가 급격하게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 호주 자원 분야는 전체 고용시장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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