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가보면 좋을 호젓한 사찰 5선···주변 볼거리도 풍성
[아시아경제 .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부처님오신날(5월17일)이 다가왔다. 사찰마다 색색연등이 내걸리고 절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꼭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더라도 절집으로의 여정은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불자들에게 절집은 '수행의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비불자들은 호젓한 절집에서 편안한 마음을 느낀다.
언제든 찾아가 마음을 닦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절집 다섯곳을 소개한다. 웅장하고 이름난 아름다운 절집들은 무수하지만 소박하고 고즈넉한 절집을 선택했다. 그리고 절집 주변에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들이다. 3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이기에 가족여행도 겸해서 들러볼수있도록 했다.
◇충남 서산 개심사-휘어진 기둥아래 낙화한 청벚꽃 장관
개심사는 자그마한 절이지만, 아늑하고 정갈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산문을 지나 걸어서 들어가는 숲길도 빼어나다. 숨이 찰 정도는 아니지만 경사가 좀 있어서 오히려 발걸음을 늦추고 풍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숲길은 신록이 우거진 이즈음이 가장 아름답다.
개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은 대웅보전이다. 보물 제143호다. 그 안에 보물 제1619호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엄정한 자태로 앉아 있다. 하지만 개심사에서 가장 눈길을 그는 것은 심검당의 기둥과 대웅보전 뒤편의 요사체 대들보다. 애초에 절을 지을 때부터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번쩍 들어다가 기둥과 대들보로 앉혀 놓았다. 휘어진 기둥이 지탱하고 있는 건물은 고풍스럽고 정감 넘친다.
이맘때 개심사의 핫포인트는 진분홍 왕벚꽃과 해탈문 앞 겹벚꽃, 명부전 앞 청벚꽃이다. 일찍 피었다 진 청벚꽃이 낙화한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꼭 부처님오신날이 아니더라도 개심사를 찾는다면 절집 이름대로 '마음을 여는(開心) 법'을 배우고 올듯하다.
△주변볼거리=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 마애삼존불상을 비롯해 용현계곡, 역사가 살아숨쉬는 해미읍성 등이 있다. 천수만과 간월도, 용유지, 수덕사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경북 문경 봉암사--1년에 딱 한번 열리는 山門
수행사찰 봉암사는 신도는 물론 스님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문턱이 높은 절집이다. 하지만 1년 중 딱 하루, 부처님오신날에는 산문이 열린다. 이날만은 향내 묻어나는 목탁소리 벗 삼아 세상시름을 잊어 볼 수 있어 하루가 호사스럽다.
봉암사는 조계종 8교구의 말사로 한국 불교의 성지다. 신라말의 고승 지증대사는 이곳을 둘러보고 "스님들의 수도처가 되지 않으면 도적떼의 소굴이 될 자리"라며 봉암사를 세웠다. 그후 구산선문 희양산파의 종찰이 된다.
사찰로 향하는 길은 일주문을 코앞에 두고 두 갈래다. 하나는 일주문으로 곧장 이어지는 옛길이고, 다른 곳은 포장도로다. 옛길이 운치있는것은 당연지사다.
봉암사는 한국 선풍을 일으켜 세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성철스님을 중심으로 청담, 자운, 향곡, 월산, 혜암, 법전 등 큰스님들이 젊은 시절 용맹정진을 한 곳이다.
사찰에서 두 사람이 간신히 오갈 수 있는 산길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수려한 계곡이 나타난다. 마애보살좌상이 서 있는 백운대다. 집채만한 바위 한쪽 면에 마애보살좌상이 조각돼 있다. 그 앞 너럭바위 위로는 얼음보다 차가운 계곡물이 세차게 흐른다. 부처님오신날 햇차를 우려 공양 한다.
△주변 볼거리=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인 하늘재와 삼국시대 산성인 고모산성, 문경새재, 드라마세트장 등이 있다. 또 이색적인 철로자전거 체험과 도자기 장인들이 물레를 돌려 그릇을 빚는 모습도 볼수있다.
◇충남 공주 마곡사-봄날 마곡에 들면 마음이 온통 녹색
春마곡, 秋갑사(봄에는 마곡사가, 가을에는 갑사가 최고로 아름답다)라 했든가. 이맘때의 마곡사는 오색연등과 갖가지 꽃, 여리디 여린 잎들로 잘 차려진 봄날의 밥상이다. 제일 좋을때 절집을 찾은 셈이니 과연 춘마곡이란 감탄사는 절로 날만하다.
주차장 입구에서 절집까지 1㎞ 정도 걸어야 한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볼멘소리를 하지만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에 눈길을 주며 곰곰이 뜯어볼 수 있어 좋다. 경내를 흐르는 맑은 계곡에 연등이 달리고 새잎 돋아나는 나뭇가지를 그대로 투영해 낸다.
절집은 640년 백제 무왕 때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대광보전의 빛바랜 단청이 고찰의 분위기를 돋운다.
마곡사에서 꼭 찾아야 할 곳은 백련암이다. 김구 선생이 머리 깎고 중이 됐던 곳. 그 옆에 있는 작은 집이 김구 선생이 머물던 곳이다. 또 고즈넉한 솔숲길이 아름다운 백범명상길은 단연 최고의 길이다. 숲길은 반듯하게 뚫려 있지 않고 조금씩 구불어져 있다. 백범이 나라 걱정을 하며 수없이 오갔던 길일 것이다. 이리저리 굽은 노송이 첩첩 겹치며 멀어지는 고요한 숲길은 감동마저 준다. 신록이 묻어나는 이맘때의 숲길은 짊어지고 간 배낭에 한가득 담아오고 싶은 마음이 절로든다.
△주변 볼거리=공주는 백제의 고장이다. 대표적인것이 무렬왕릉과 공주박물관 그리고 공산성 등이다. 자연사박물관, 계룡산도예촌 등도 들려볼만하다.
◇경남 창녕 화왕산-극락세계 이끄는 '반야용선'
화왕산 기슭의 관룡사를 찾는 까닭은 절집보다는 용선대의 석불을 보러 가는 길이다. 원효대사가 불기운이 강한 화왕산 꼭대기의 연못에 살고 있던 아홉마리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용을 보다(觀龍)'는 이름을 붙였다는 절집에서는 독특한 기운이 느껴진다. 범종각의 북을 받치고 선 목조각 해태의 모습도 그렇고, 지붕을 크게 얹은 약사전의 모습도 범상치 않다.
법화신앙에서는 고통에 빠진 중생을 극락세계로 건너가게 해주는 상상 속의 배를 '반야용선(般若龍船)'이라고 부른다. 그 배가 바로 용선대다. 화왕산 중턱에 허공으로 불쑥 내민 거대한 바위인 용선대는 뱃머리를 닮아있다. 그 뱃머리 앞에 석불이 앉아서 이끌고 있다. 용선대 석불의 난간에 기대서 수십길 아래로 겹겹이 어깨를 끼고 늘어선 산등성이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내려다본다.
용선대에선 석불좌상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도 좋지만 그보다 좀 떨어진 뒤쪽의 높은 바위에 올라 멀찌감치서 용선대를 내려다 보는 풍경이 훨씬 더 좋다. 그곳에서 석불 앞에 간절하게 몸을 낮추고 손을 모은 신도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 한쪽이 뭉클해진다.
△주변 볼거리=생태늪이자 철새의의 낙원인 우포늪을 비롯해 화왕산억새밭, 창녕 부곡하와이테마파크 등이 있다.
◇전남 곡성 태안사-다섯개 다리 지나며 나를 낮춘다
태안사는 신라시대의 고찰이다. 인근의 송광사나 선암사, 화엄사에 가려 아는 이는 적지만, 태안사는 한때 이들 세곳의 대찰을 모두 말사로 거느렸던 대찰 중의 대찰이었다.
태안사로 드는 숲길에는 유독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많다. 속세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면 돌아가라는 '귀래교(歸來橋)', 마음을 씻으라는 '정심교(淨心橋)', 세속의 번뇌를 씻고 지혜를 얻으라는 '반야교(般若橋)', 깨달음을 얻어 도를 이루는 '해탈교(解脫橋)'. 하나 하나 다리를 건널 때마다 다리의 이름을 되뇌며 내 안에 버려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마지막 다섯번째 다리가 '능파각(凌波閣)'이다. 미련도 욕심도 없이 가볍고 우아하게 걷는 걸음걸이를 '능파라고 한단다.
태안사에서 이걸 놓치지말자. 누구든 고개를 조아리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배알문이다. 오랜 세월을 건너온 문은 몇해 전에 말끔하게 정돈돼 정취는 예전만 못하지만 나를 낮추는 하심(下心)을 가르치는 뜻이야변함없다.
△주변 볼거리=곡성 기차마을이 가장 유명하다. 추억의 증기기관차를 타고 섬진강을 달리는 기분은 짜릿하다. 심청이마을, 곡성 섬진강천문대, 압록유원지 등이 있다.
글 사진 조용준 기자 jun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