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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병원행…개성서 귀환 이후, '그들은 지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7초

돌아온 126명 비극은 '진행형'

권고사직·병원행…개성서 귀환 이후, '그들은 지금' 개성공단에서 귀환하는 차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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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실업급여 非대상자 다수
②스트레스에 병원행, 자살까지
③정부 대책 지지부진해 한숨만
④입주사 사장들 구조조정 고심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지난달 27일 북한 개성공단에서 126명의 직원과 함께 철수한 의류업체 주재원 A씨는 돌아오자마자 권고사직을 당했다. 회사에서 '더 이상 시킬 일이 없어서'라며 이해를 구했지만 A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어떻게 새 직장을 구해 생계를 이어갈지 막막할 뿐이다. 지난달 월급은 받았지만 이직한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일용직 노동 현장을 전전하며 '정상화'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국에 의류 공장이 거의 없어 섬유ㆍ의류업계 직원들은 한국에서 새 일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호소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회사 주재원들이 실직의 공포에 떨고 있다. 철수한 일부 주재원들은 권고사직을 당했으며 아직 휴직 상태인 주재원들도 언제쯤 회사에서 쫓겨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는 처지다. A씨는 6일 본지와 통화에서 "주재원들의 실업 대란이 곧 현실화될 것"이라며 "이들 중 근무 일수가 모자라 실업급여를 못 받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적어도 6개월 이상 근무해야 한다.

일부 주재원들은 귀환 후 회사가 운영하는 다른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일감이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이들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 익명을 요구한 개성공단 입주 제조기업 대표는 "개성공단 외에도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어 주재원을 그쪽으로 돌렸다"면서 "다른 기업보다는 주재원 운영면에서 나은 편이지만 원래 하던 일이 아니라 주재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귀환 후 병원 신세를 진 직원도 적지 않다. 섬유업체 B사 주재원은 지난달 27일 직원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귀환한 후 병원에 입원했다. 3주 이상 진행된 대치상황에서 라면만 먹고 버티다 보니 몸이 약해졌고, 스트레스도 누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데다 치료비가 걱정돼 좌불안석이다. 얼마 전에는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주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렸다.


정부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지난달 10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 개성공단 폐쇄로 발생할 수 있는 실직자, 휴업ㆍ휴직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C사 관계자는 "정부가 약속한 고용ㆍ산재 보험 납부기한 연장, 재취업 지원 등의 대책이 마련됐는지 계속 문의하고 있지만 노동부로부터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다"며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도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지만 직원들의 딱한 사정을 보면 야박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D사 대표는 "주재원 8명이 모두 휴업 상태라 (다음달)월급을 줄 수도 없고 안 줄 수도 없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거래처가 계약을 파기하고 떠나는 등 피해도 커지고 있다. 입주 기업들은 개성에 남겨둔 원부자재와 완제품만이라도 가지고 오게 해달라는 바람이지만 북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입주기업이 수조원대의 피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협력업체들까지 미수금 등으로 600억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3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갖고 방북 재추진 등을 논의하는 한편 정부에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할 방침이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남북 당국이 더 이상의 상호 부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며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북측 근로자들과 땀흘려 노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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