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지난 3일 개성공단 최후의 7인으로 불렸던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이 천신만고 끝에 귀환했다. 최후의 7인이 귀환한 이날은 개성공단 사태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지난 3월1일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면서 위협을 느낀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31일 담화를 통해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 폐쇄해 버리게 될 것이다"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개성공단 위기의 막은 올랐다.
나흘 뒤인 지난달 3일 북한은 남측 인원의 귀환만 허용하고 출경은 막으면서 개성공단의 운행은 파행에 들어갔다. 이어 8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북한은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가동 잠정중단과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 방침을 밝혔다. 다음날 실제로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개성공단의 가동은 잠정 중단됐다.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북측이 제기하기를 원하는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며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날 국회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가운데 한국 정부가 먼저 대화 카드를 내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14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 저들의 범죄적 죄행을 꼬리자르기 하고 내외여론을 오도하며 대결적 정체를 가리우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며 제의를 거부했다.
이어 18일 북한 국방위 정책국은 성명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모든 도발행위들을 즉시 중지하고 전면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시는 우리 공화국(북한)을 위협하거나 공갈하는 핵전쟁연습에 매달리지 않겠다는것을 세계앞에 정식으로 담보해야하고,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인 핵전쟁수단들을 전면적으로 철수하고 재투입시도를 단념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5일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를 북한 당국에 공식적으로 제의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우리 측이 제의하는 당국 간 회담마저 거부한다면, 우리로서는 중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밝혀 둡니다"라고 강수를 뒀다.
하지만 북한은 26일 "우리에게 감히 최후통첩식 중대조치라는 것을 운운해댄다면 그것은 최후 파멸만을 촉진케 될 것이다"라며 제의를 거부했고 같은 날 류길재 장관은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성명을 냈다.
정부의 철수 조치로 이튿날인 27일 개성공단 체류 남측 인원 126명이 귀환했고 29일 43명이 추가로 귀환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지급금 문제로 7명을 잔류시켜 사태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3일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측이 제기한 미지급금 정산과 관련한 실무협의가 마무리돼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 등 우리 측 잔류 인원 7명 모두 우리 측 지역으로 귀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남북은 대화나 타협의 접촉점을 만들지 못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3일 임시총회에서 "공단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져 협회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전담할 기구를 만들어야 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배경을 밝혔다.
한편 한·미 연합군사훈련 종료와 맞물려 남북 관계는 국면 전환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오는 7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예정돼 있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경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운영하면서 체제 단속에 부담을 느낀 측면이 크다"며 "체제 단속차원에서 일시적인 운영 중단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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