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창조경제 외치는 분, 'bob'을 아시나요?

시계아이콘01분 34초 소요

[충무로에서]창조경제 외치는 분, 'bob'을 아시나요?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AD

깨끗한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약 11억명의 인구가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대개 물 긷는 일은 여성이나 어린이가 하는데 대체로 평균 6㎞ 정도 걸어야 한다. 국제구호단체인 EWV(EnterpriseWorks/Vita)는 우간다,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주민에게 깨끗한 물 공급하기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게 되면 여성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 가족의 수입을 늘리는 데 투입할 수 있다. 아이들은 물 길으러 가는 대신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


EWV는 먼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전 조사를 실시했다. 기존에 제시된 방법은 우물을 파거나 정수 필터를 사용하는 것 등이었는데 이는 모두 집 근처에 '수원(水源)'이 있어야 했다. 아프리카 지역은 '수원'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것은 빗물을 각 가정마다 잘 받아서 저장하는 방법이었다.

가정용 빗물 저장시설을 만드는 것도 과제였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역 기업에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즉 지역 기업이 가정용 빗물 저장시설을 싸고 편리하게 만들어 팔 수 있다면 일자리도 만들고, 각 가정은 물 걱정을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WV가 잠재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빗물 저장시설에 대해 '20달러 이하일 것' '저장용량이 450ℓ 이상일 것' '어린이나 여성이 사용하기 편리할 것' 등의 조건이 도출되었다.


관련 전문가들의 답변은 '불가능하다'였다. 기존의 빗물 저장 방법은 태국에서 사용된 시멘트 탱크가 대표적인 것이었다. 태국에서 시멘트는 싼 원료였고 도로가 발달돼 있어 시멘트 탱크를 제작, 운반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은 시멘트가 비싼 원료였으며 비포장도로로 운반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어린이나 여성이 들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EWV는 싸고, 가볍고, 어린이나 여성이 다루기 쉽고, 그러면서 빗물을 충분히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내기 위해 200개국의 25만명에 이르는 전문가의 힘을 빌렸다. 이노센티브닷컴(innocentive.com)에 1만5000달러의 상금을 걸고 과제를 맡긴 것이다. 이노센티브닷컴은 과학자, 엔지니어, 수학자, 의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 25만명이 '문제해결사'로 참여하고 있는 창의적 문제해결 집단이다. 해결하기 까다로운 다양한 문제들이 5000~100만달러 규모의 상금을 내세워 전문가 집단에 제시된다.


이노센티브닷컴의 설립자이며 최고경영자(CEO)인 스프라들린은 "전문분야 밖에서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2011년에 57% 정도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그 사례로 EWV의 빗물 저장시설을 들었다.


EWV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독일의 기계공학 교수이며 관광용 잠수함 설계 전문기업을 경영하는 루타트였다. 루타트는 이중 비닐백으로 만들어진 빗물 저장시설을 고안했다. 바깥의 비닐은 값싸고 강도가 높은 폴리프로필렌, 속 비닐은 비싼 저밀도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었다. 14개월의 테스트를 통해 제품을 보완했고 2011년 3월 우간다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용자들이 내걸었던 모든 조건을 충족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빗물 1320ℓ를 저장할 수 있는, 54달러짜리, 가벼운 빗물 저장시설의 이름은 '밥(bob)'이다. 'bob'은 아프리카 지역의 수백만 가정에 보급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이 세상에 더 많은 'bob'이 등장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 이노센티브에 가입했다. 요즘 창조경제 공부하는 분들이야말로 이노센티브닷컴에 가입하시길 권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