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부가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규제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어제 '이번 기회에 털고 갈 것은 다 털고 가자는 취지로 규제를 대폭 풀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단체들도 참여한 태스크포스(TF)팀에서 마련한 규제완화 종합대책을 곧 발표한다.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경제활력 저하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왔다. 이런 점에서 털 규제는 다 턴다는 정부의 방침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런 '대폭 규제완화' 선언에 얼른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역대 정부도 모두 규제완화를 부르짖었지만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임기 초기에는 의지를 보였지만 후기로 갈수록 의지가 약해지거나 새 규제만 잔뜩 늘리곤 했다. 박근혜정부의 '손톱 밑 가시 뽑기'는 실패했다는 게 중평인 이명박정부의 '전봇대 뽑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정권 초기 규제완화 드라이브에는 누구보다 기업인들이 냉소적이다. 5년마다 반복되는 통과의례 내지 정책수순 정도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규제완화가 실제 투자증가를 유발하는 효과도 낮다. 이런 악순환을 차단하고 규제완화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덤벼들어야 한다. 임기응변이 아닌 원칙에 입각해 종합적으로 임기 내내 끈기 있게 추진하는 규제완화가 아니고는 실패의 전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준비되고 있는 대책이 수도권 규제와 환경관련 규제를 푸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진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백년대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환경관련 규제완화를 섣부르게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환경훼손이 초래될 수 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규제완화의 원칙부터 세우고 그 원칙에 부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옳다. 신사옥 건설 등 대기업 숙원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건별로 풀어주겠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부동산 투자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 기술투자나 서비스업 분야의 영업을 제약하는 규제도 있다. 업종 간 융합을 가로막는 칸막이 규제도 적지 않다. 이런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오히려 투자 효과가 더 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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