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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우마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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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우마미'를 아시나요? 이덕환 서강대 교수·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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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음식의 맛을 즐기는 유별난 존재다. 심지어 맛을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한다. 복어의 담백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도당의 단맛도 좋아하고, 소금의 짠맛도 좋아한다. 심지어 위험을 알려 주는 식초의 신맛과 커피의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맛 중에서도 가장 격(格)이 높은 최고의 맛은 따로 있다. 영어의 'savory', 중국어의 '메이웨이(美味)' 또는 '시안웨이(鮮味)'로 해석되는 '감칠맛'이 바로 그런 맛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손맛' 정도로 이해되는 감칠맛의 구체적인 정체는 분명하지 않다.


일본어의 '우마미(うまみㆍ旨味)'는 사정이 다르다. 우마미는 1908년에 인공조미료(MSG)의 정체를 처음 확인했던 일본 도쿄대학의 화학자 이케다 기케나에가 만들어낸 표현이다. 그런 우마미가 이제는 단순한 일본말이 아니라 웹스터 영어사전에도 등재되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전문 학술용어로 인정을 받고 있다. 1971년 이후에 발표된 우마미에 대한 학술논문이 2200여편에 이른다. 일본어의 우마미가 세계 모든 언어를 압도해 버린 셈이다. 이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감칠맛'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우마미'를 인정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우마미(umami)는 더 이상 감성적 수준의 감칠맛이 아니다. 웹스터 영어 사전에도 우마미는 '글루탐산이나 아스파트산과 같은 아미노산의 맛'이라고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 2000년에는 MSG나 아스파트산의 맛을 인식하는 G-단백질결합수용체(GPCR)의 과학적 정체가 밝혀졌다. GPCR는 세포 바깥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세포 내부로 전달해서 필요한 생리작용이 일어나도록 만들어 준다. 2012년 노벨 화학상은 GPCR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혀낸 미국의 생리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우마미를 인식하는 GPCR는 가다랑어포에 많이 들어 있는 이노신산(IMP)이나 표고버섯에 풍부한 구아닐산(GMP)과 같은 핵산(核酸)에도 반응한다.


우마미가 국제 학술용어로 인정을 받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MSG를 비롯한 우마미 물질에 대한 일본 과학자들의 핵심적인 생리학적 연구 성과 덕분이다. 이케다는 MSG를 처음 분리해서 '아지노모도'라는 벤처 기업을 세웠고, 그의 학생이었던 고다마 신타로와 구니나카 아키라도 IMP와 GMP와 같은 핵산의 과학적 정체를 밝혀냈다. MSG의 정체를 처음 밝혀낸 이케다는 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아지노모도 사는 지금도 전 세계 MSG 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일본은 우마미의 실질적인 종주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의 과학용어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경우는 또 있다. 바다나 큰 호수에서 일어나는 지진, 화산폭발, 사태(沙汰), 빙하 이동 등에 의해 일어나는 해일을 뜻하는 '쓰나미(つなみㆍ津波)'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용어다. 해저 지형의 변화에 의한 해일에 대해 일본의 과학적 연구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우리 기상청에서는 기압 저하에 의한 수면 상승이나 강풍에 의한 '폭풍해일'이나 백중사리에 의한 '고조(高潮)해일'과 구별해서 쓰나미를 '지진해일'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우마미와 쓰나미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일본의 과학적 성과 덕분이다. 김치에 대한 전통만 앞세워 일본이 우리의 '김치'를 '기무치(キムチ)'로 부른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선조들의 업적에 매달리는 구태의연한 '전통'보다 우리 스스로 이룩한 과학적 성과가 훨씬 더 중요하다. MSG의 안전성에 대한 황색 저널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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