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편치 않다/나이가 들쑤신다//아아주 옛적에는 떡이나 과일을 깨물어/치아 자국으로 임금을 뽑았다니/이가 좋아야 임금이 될 수 있어(......)
■ 박혁거세는 아들 남해(南解)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남해왕 21년, 왕은 태자인 유리와 대보라는 벼슬을 했던 사위 탈해를 앉혀놓고, 사위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선언을 한다. 요즘 식으로 하면 재벌이 자식에게 상속을 하지 않고 사위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고 한 셈이다. 그때 탈해는 "신의 그릇(神器)을 지닌 왕자는 못난 대보가 감당할 만한 분이 아닙니다"라고 양보했고, 유리는 탈해가 훨씬 훌륭한 군왕감이라는 주장을 편다. 탈해는 "예부터 왕은 치아가 강건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떡을 베물어 그 잇금(齒理)을 보고 이를 잘 다스린 이에게 왕위를 사(嗣)하는 것은 어떻겠사옵니까?"라고 제안한다. 유리왕은 그날 떡에 찍힌 이빨자국이 더 선명해서 왕위에 오른 셈이다. 치아가 튼튼한 사람을 대통령을 뽑자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국가 지도자를 고기 잘 뜯어먹는 순서로 정하자는 얘기냐고 흥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아가 건강한 사람은 '젊은' 사람이며,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며, 깨끗한 사람이며, 식사를 잘 하는 건강한 사람이며, 남모르는 앓이로 신경을 빼앗기지 않는 사람이며, 튼튼한 치아를 악물어 고난을 이겨내는 인내심과 자신감을 지닌 사람이다. 리더가 지녀야 하는 상당한 덕목과 겹치는 게 사실이다. 잇금으로 왕을 뽑은 뒤, '잇금'은 이사금으로 바뀌고 다시 임금이라는 말로 바뀐다. 임금은 '이빨 짱'이란 뜻에서 온 셈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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