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동해안 방향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미사일은 KN-08 미사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4일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동해 쪽으로 이동한 미사일 종류와 관련, "KN-08이 아니며 현재까지 정보 분석 결과 '무수단'급 중거리 미사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이동중인 미사일은 KN-08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KN-08'로 명명된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규모로 아직 한 번도 시험발사된 적이 없다. 북한은 제3차 핵실험 하루 전인 지난 2월1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발사장(서해위성발사장)에서 KN-08의 엔진 성능개량 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이 지명한 '무수단'급 중거리 미사일은 사거리 3000~4000㎞에 이른다. 이 사거리는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로 평가되고 있으며 50발이 넘게 실전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핵탄두를 1t 크기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 미사일에도 탑재할 수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이 한미 정보당국이 파악할 수 있도록 열차를 이용해 무수단 미사일을 '보여주듯' 실어날랐다는 점은 무력과시용으로 북한이 이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병력과 장비의 전진기지 중 하나인 괌의 미군기지를 비롯해 태평양 해상으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을 위협하기 위해 이런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고사령부 작전회의실로 추정되는 곳에서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작전회의를 주재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사진에는 '전략군미본토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의 작전계획도가 나와 있고 작전계획도에는 북한에서 미국 본토의 주요 도시까지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실제 무수단을 발사한다면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목표물 타격 정확도를 평가하는 원형공산오차(CEP)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 1300㎞의 노동미사일은 1000km 비행시 CEP가 2km 이상이어서 명중률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도 이에 대비해 괌에 고고도요격체계(THAAD)를 긴급 투입키로 결정함에 따라 실제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HAAD는 고도 150㎞에서 초속 2.5㎞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며 2005년부터 실전에 배치됐다. 트럭 탑재 발사대와 요격 미사일, AN/TPY-2 추적레이더, 통합 사격통제시스템 등으로 구성됐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은 2009년 2월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의 요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미사일방어(MD)체계는 상승-중간-종말단계로 구분된 다층방어망으로이뤄진다.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돼 30∼40㎞까지 상승단계에서는 항공기에 탑재된 공중레이저발사기(ABL)로 요격하고 고도 100㎞의 대기권을 돌파하는 중간단계에서는 이지스함의 SM-3ㆍ6 대공미사일(사거리 500㎞ 이상),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로 타격한다.
미사일이 대기권을 돌파하면 수평으로 자세를 잡아 비행하게 되는 데 이때 속도가 낮아진다. 이 시점에서 THAAD와 SM-3ㆍ6으로 요격할 수 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국은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 등에 2017년까지 GBI 14기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기지에 GBI 30기 정도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이 마지막 비행단계로 지상으로 낙하하는 종말단계에서는 이지스함의 SM-2 대공미사일과 지상의 패트리엇(PAC-2ㆍ3) 미사일로 요격하게 된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은 지난 1월 27일 캘리포니아주 중부 해안에서 미사일 요격 로켓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이 요격할 경우 북한은 그동안 위협카드로 써온 중거리 미사일이 위협적이지 못하다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또 대북압박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일환으로 전략폭격기 B-52, 스텔스 폭격기 B-2, 공군 최강 전투기 F-22 등을 한반도에 투입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일에는 미국 해군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해상 레이더기지인 'X밴더 레이더'와 첨단 구축함을 잇따라 한반도에 가까운 해역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X밴더 레이더(SBX·Sea-Based X-band) 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의 핵심 장비로, 대형 시추선 크기의 선박 위에 레이더돔을 설치한 탐지 장치다. 높이 85m, 길이 116m에 이른다. 1대당 가격이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4800여㎞ 떨어져 있는 야구공을 식별할 정도로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 SBX 레이더는 적 탄도미사일 동향을 감지해 여기서 나온 정보를 요격미사일 기지에 전달한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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