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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청계천변 토굴민이 땅꾼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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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조, 시내 하천 정리작업 지시
일 없어진 빈민에 뱀잡이 독점권 줘


"백성을 위한 공사지만 괴롭혀선 안돼"
'민생 대왕' 오늘날 지도자 본받아야

[서울스토리]청계천변 토굴민이 땅꾼의 원조 '땅꾼'은 뱀을 잡는 이를 부르는 말이지만 당초에는 토굴에 사는 사람들을 지칭했다. 땅꾼의 어원이 청계천변 빈민들로부터 유래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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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봄이다. 세상은 힘들어도, 봄은 어김없이 공평하게 찾아왔다. 도심 한복판에도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이 가득 소생하고 있다. 요즘 청계천에는 이른 점심을 마치고 짬을 내 삼삼오오 산보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한결 가볍다. 천변의 버들도, 산수유도 꽃을 피우느라 요란하다.

오늘날 대부분 청계천 지형이 조선 영조가 개천 준설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땅꾼의 유래가 청계천과 민생을 걱정하던 영조의 궁휼한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땅꾼'은 뱀을 잡는 이를 부르는 말이지만 당초에는 토굴에 사는 사람들을 지칭했다. 그 유래를 찾다 보면 불가피하게 청계천을 이른다. 그곳에는 조선의 '민생 대왕' 영조가 있다.


영조만큼 민생에 심혈을 기울인 임금도 드물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영조가 재위기간 내내 굶주린 백성을 진휼하느라 노심초사한 대목이 수도 없이 나온다.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지도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영조 36년(1760) 청계천 준설 당시 하천바닥에서 파낸 흙을 한 곳에 모으면서 커다란 산이 생겼다.이처럼 인공으로 쌓은 산을 '가산(假山)'이라고 불렀다. 특히 오간수문 주변 청계천 남, 북쪽 일대에 커다란 가산이 있었다. 지금의 방산시장과 동대문 종합 상가 자리다.


[서울스토리]청계천변 토굴민이 땅꾼의 원조 지금의 청계천 지형은 조선 영조가 도시빈민 구제책의 일환인 공공근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복개되기 이전에는 판잣집이 즐비했다. <사진 제공: 청계천 문화관>

그에 앞서 한양의 빈민과 청계천 준설 과정을 얘기해야만 땅꾼을 만날 수 있다. 한양 도시 빈민은 전란과 기근 등으로 17세기 전후에 급격히 형성됐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숙종 43년(1717) 진휼청에서 굶주리는 백성을 구제한다는 말을 듣고 날마다 모여드는 자가 3000명이나 됐다"고 적혀 있을 정도다. 당시 빈민들은 장례를 치룰 수 없어 송장을 개천에 버릴 일도 허다했다. 한양에 빈민이 늘자 남산 일대의 나무들이 급격히 줄었다. 빈민들이 땔감용으로 쓴 것이다. 또 남산 일부는 경작지로 변했고 장마철마다 청계천엔 토사 유입량 증가는 물론 잦은 범람으로 이어졌다.


이에 영조는 개천 바닥 준설과 동시에 사행천을 완만한 '一'자형 수로로 탈바꿈하는 공사를 계획했다. 청계천 준천 공사는 "바닥 파내는 것도 좋지만 백성을 지치지 않게 하라"는 영조의 명에 따라 경진년 2월에 시작해 4월까지 57일만에 끝났다. 공사가 진행된 시기는 춘궁기로, 이후 농사철을 피하는 것은 준천 규칙으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청계천 복원으로 드러난 광통교에 가면 다리 교각 하나엔 '경진지평(庚辰地平)'이라는 글자가 준천의 증거로 남아 있다. 공사에는 20만명이 참여했으며 이중 법적으로 동원 가능한 군역이 14만여명, 도시빈민 6만여명이었다.이 공사에는 경비가 많이 소모됐다. 영조는 "비록 공사가 백성을 위한 것이라해도 백성들을 괴롭힐 수 없다"며 비용 수만 민(緡: 동전 1000닢을 꿴 꾸러미)과 곡식을 내여 노임을 줬다. 또한 공사를 무리하게 재촉하지 못 하게 했다.


[서울스토리]청계천변 토굴민이 땅꾼의 원조 청계천은 오늘날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서울의 대표적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는 몇가지 계산이 깔려 있다. 공사가 일시적ㆍ집중적이여야하며 농사 및 장마철을 피해야하고, 피폐해진 백성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영조가 재정사업으로 준천을 실시한 것은 매우 타당한 조치였다고 판단한다.


이현이 서울시 문화해설사는 "공사에 앞서 영조는 개천 일대의 주민과 직접 대화하고, 그 절차와 방식이 민주적여서 오늘날 정책담당자들도 한번쯤 들여다볼만 하다"며 "도시 빈민 구제책의 일환인 공공근로사업 형태를 채택한 조선판 뉴딜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계천 준천사업이 숙종의 북한산성 축조와 더불어 조선 2대 토목사업으로 꼽히는 이유가 충분하다.


기록에는 개천 준설을 할 때 개천바닥과 제방이 구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하천바닥에 토사량이 많았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할 당시 하천바닥에서 파낸 토사의 처리계획은 없었던 듯 하다. 오늘날 4대강사업에서 건져낸 모래더미가 강변에 큰 언덕을 이룬 걸 볼 수 있듯 개천 주변에 여러 개의 언덕이 만들어졌다. 하천 바닥에서 퍼낸 흙 일부는 부근에 있는 낮은 가로에 쌓거나 질퍽한 도로를 메우는데도 썼고, 빈터나 폐가를 매입해 쌓기도 하는 등 형편에 따라 적당히 처리했다.


[서울스토리]청계천변 토굴민이 땅꾼의 원조 이현이 서울시 문화해설사가 조선 태종때 세워진 광통교 교각의 신장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완공 무렵 공사 진행 상황과 공사 후 발생할 문제점을 점검하던 영조가 공사 책임자인 유척기에게 개천 준설공사의 성과를 물었다. 유척기는 준설로 생긴 토사를 그냥 개천의 양안에 방치해 두면 비가 올 때마다 쓸려 다시 개천을 메우게 돼 대역사가 헛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추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옮기는 것에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곧 영조는 개천에서 준설한 엄청난 량의 토사를 오간수문(지금의 동대문 오간수교) 부근 양안으로 옮겨 쌓게 했다. 완공 후 개천 양안에 생겨난 흙더미가 가산이다. 이후 가산에는 홍수에도 토사가 밀리지 않도록 꽃과 나무를 심어 보완했다. 이 때 심은 나무와 꽃으로 향기가 가득하다해서 '방산동(芳山洞)'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가산은 청계천변에 살고 있는 빈민들의 주거지가 됐다. 빈민들은 가산에 토굴을 파고 생활한다해서 '땅꾼'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청계천 공사 이후 일자리가 없어 굶기 일쑤였다. 영조가 그들의 우두머리와 대책을 논의한 끝에 뱀을 잡아 파는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했다. 이에 땅굴에 사는 사람들이 뱀을 잡는 사람들로 통용됐다.


현재 남쪽 가산터는 청계천 6가 평화시장 뒷골목에서 국립의료원에 이르는 방산동 일대다. 북쪽 가산터는 동대문종합상가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근대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산의 형태는 흔적도 없다. 어느 세상이든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일이다. 오늘날 재벌들이 순대집, 빵집들까지 만들어 골목까지 침입해 영세 상인들을 몰락시키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재벌에 대한 규제를 가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부분하다. 경제민주화도 그것이다. 그나마도 창조경제 열풍속에서 논쟁은 슬그머니 사그러들 판이다. 집도 없이 토굴에 사는 반민들을 구제해 민생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한 군주가 더욱 그리워지는 봄날이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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