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온화하다는 기존 평가와 사뭇 다른 면모
부총리 내정자..실무자 몰아붙인 '버럭 오석'의 칼날 질문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명동과 여의도 등 증권ㆍ금융가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다시보기가 화제다. 현 내정자가 지난 4년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쏟아낸 발언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 회의 참석 때마다 최고경영자(CEO) 못지않은 날선 질책으로 실무진을 몰아붙이는 등 '조용', '온화' 등으로 알려진 세간의 평가와 사뭇 다른 행보를 취해와서다.
지난 2009년 5월 위원으로 위촉된 후 한 차례 연임한 현 내정자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격월로 열리는 회의에 그는 총 16차례 참석했는데 지난해 9월이 마지막이었다.
간단한 사실 확인 정도로 질문하는 다른 위원들과 달리 현 내정자는 한 번에 3~4개씩, 그것도 장문의 질문을 던져 실무자들을 당황케 했다. 한 기금위원은 "기금위 안건은 매우 전문적이라 아무래도 관련 사안에 밝은 일부 위원들이 회의를 이끈다. 현 내정자는 특히 적극적이었는데 그가 불참하면 회의시간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현 내정자는 기존 관념을 관성적으로 답습하는 태도에는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 2009년 6차 회의에서 기금 실무자들이 안건 보고를 하며 일부 전제 조건에 대해 "이것이 기존 관례"라고 하자 현 내정자는 "그렇게 일반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며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했다. 계속 실무자가 모호한 태도를 취하자 현 내정자는 "자꾸 일반적이라고 하지 말아라. 혹시 모를 사태를 시뮬레이션 하는 게 복잡한가"라며 질책했다.
기금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2010년 12월 회의에서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언제 누가 예측했느냐"면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늘 보다 조금 더 보수적으로 운영했을 때 과연 수익성의 변화가 어떻게 되는지 스터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인의 가치관을 드러낸 장면도 화제다. 2011년 '노후긴급자금 대부업무' 안건을 심사하며 그는 "복지라는 것은 사회적 측면도 있지만 (도움을 받는) 개인도 책임을 져야 복지제도가 운영되는 것"이라며 자신의 복지관을 피력했다. 2010년 감사원이 사적 주식거래를 한 국민연금 직원에게 '주의'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는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주의'는 타당한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덕성에 엄격한 면을 보였다.
그는 400조원 공룡으로 성장한 국민연금기금이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했다. 2011년 회의에서 "국민연금 복지투자가 정치권에서의 복지논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으니 복지사업은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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