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단체가입 요구했다 해당자 적어 낭패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재형저축 과열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을'인 자산운용사 직원들을 재형저축에 단체 가입시키려다 낭패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사 연봉 수준이 높은데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불황 속 신입채용을 줄이면서 가입요건에 해당되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업계 5위권에 드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재형저축계좌를 만들라는 요구를 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재형저축 판매 할당량이 높게 설정된 일부 은행들이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자산운용사 리테일 영업직원들을 통해 운용사 단체 재형저축가입을 요구했던 것. 재형저축은 가입 금액에 대한 한도는 있지만 계좌 수 한도는 따로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입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면 일괄 '1만원 통장'이라도 만들라고 강요한 것이다.
은행들은 카드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상품 판매 할당량이 떨어질 때마다 자산운용사들에 강제 가입을 요구해왔다.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은행이 최대 펀드 판매사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국민은행, 우리은행을 포함해 18개 은행들의 펀드 판매잔고(공모펀드 기준)는 77조3607억원이다. 반면 41개 증권사의 판매잔고는 98조7226억원으로 증권사보다 은행이 한 곳당 1조8900억원 가량 많이 파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은 은행에 항상 '을'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은행들이 '갑'의 위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은행들과 달리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펀드매니저나 리서치 인력 등으로 구성돼 있어 연봉 수준이 높다. 재형저축 가입 대상은 총 급여액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이 35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다.
따라서 자산운용사 직원들 대개가 이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 금융투자업계를 덮친 불황 속 펀드환매 대란이 일어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시행하지 않아 가입대상이 되는 신입사원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형 자산운용사에서도 10명 안팎의 가입자를 모으는데 그친채 씁쓸한 발길을 되돌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이번에도 리테일 영업직을 통해 상품을 강제가입하라고 요구해왔지만 대상자가 몇 명 되지 않아 기분 나빠했다”며 “매번 카드나 각종 상품 판매 경쟁 붙을 때마다 판매사 위치를 이용한 횡포가 심하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