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저와 함께 이사 온 청돌이도 새집에 완전히 적응한 듯 오랜만의 따스한 햇살 속에 오수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하던 일을 잠깐 쉬시고 밖으로 나와보세요~."
임기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멘션에는 일상의 여유를 넘어 나랏일에 대한 부담을 훌훌 털어낸 홀가분함마저 묻어났다. 사진 속 맨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채 낮잠을 자고 있는 청돌이 또한 여느 집 애완견과 다를 바 없이 한가롭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청돌이는 지난달 말 임기를 마친 대통령 내외와 함께 청와대를 떠나 논현동으로 이사를 왔다. 이 전 대통령은 옛집으로 돌아온 첫날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며 '사람 사는 맛'을 노래하더니 다시 며칠 만에 청돌이의 모습을 통해 자연인으로 지내는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임기 말 국민들과의 소통을 이유로 유난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몇 차례 청돌이와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출근길 청돌이를 어르며 길을 재촉하는 모습이나 산책 중 정답게 볼을 맞대는 모습이 그러했다.
SNS상에서 애완동물은 때때로 새로운 친분을 맺고 관계를 넓혀 가는 촉매제가 된다. 애완동물이 등장하는 재밌고 깜찍한 영상이나 사진은 손쉽게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고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단순한 흥미거리가 되기도 하고 애완동물 키우는 사람들끼리만의 특별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프로필 사진란에 귀여운 강아지나 깜찍한 고양이 사진 한 장을 넣는 것만으로도 페이스북 운영자에 대한 이미지는 사뭇 달라지곤 한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밖으로는 퇴임 일주일 만에 YTN 노조와 참여연대 측으로부터 잇따라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다. 하지만 청돌이가 등장한 페이스북 멘션에는 유독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몰린다.
이 전 대통령이 청돌이의 낮잠 자는 사진을 올린 날에도 불과 십여분 만에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더니 현재까지 96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청돌이 귀엽다ㅋㅋ"(Ji Hyung**), "고놈 참 잘생겼네"(김호**), "청돌이 팔자가 상팔자네요ㅎㅎ"(강동**), "청돌이도 청와대 생활이 피곤했는가 봅니다"(이형**) 등과 같은 애완견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와서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이 좋습니다"(맹동**),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이종**)와 같이 전 대통령의 안부를 기원하는 글들도 적지 않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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