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가 희망이다⑩] 동남아시아 투자 블루오션 '라오스'<下>
한국 브랜드 로고 있으면 OK
국내 기업들, 현지 진출 최적기
'다 괜찮아' 보뺀양 문화는 해결과제
[비엔티안(라오스)=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공산국가이지만 문호를 개방한 라오스. 8%대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는 이곳에도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 현지 관계자들은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한국기업들이 라오스에 진출할 적기라고 말한다. 불교국이자 '미소의 나라'답게 여타 동남아시아 사람들보다도 순박하다. 그러나 이런 점이 사업할 때는 걸림돌로도 작용한다. 노동의 질이 임금 대비 떨어진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고급교육이 이뤄지며 라오스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기업가치도 올라가고 있다.
◆라오스 '보뺀양' 문화, 사업할 땐 독= 한국에 '정' 문화가 있다면 라오스에는 '보뺀양' 문화가 있다. 보뺀양은 괜찮다로 번역되지만 쓰이는 상황이 다르다. 라오스 사람들은 자신이 실수를 저지른 후 "보뺀양(괜찮아)"이라며 웃어넘길 때 이 단어를 사용한다. 정이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사업 파트너가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라오스인들이 베트남인들보다 2배 이상 착하지만 3배 이상 답답하다"는 게 현지 무역관장의 말이다.
안유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라오스 무역관장은 "어떤 바이어는 견적 등을 요구한 뒤 연락이 두절될 때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무역행사를 진행할 때도 일부 바이어들이 갑자기 다른 미팅이 잡혔다거나 비가 오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로 현장에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코트라 공식 행사에 라오스 장관급 인사를 초청했는데 당일 행사가 열리기 몇 시간 전에 연락 와서 갑자기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라오스 사람들과 접촉할 때 애로사항이 많다는 얘기다.
척박한 사업 풍토를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안 관장은 "라오스에는 사회주의 관행이 있어서 승인이나 발급 등 절차 과정이 복잡한 편"이라며 "시장을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자ㆍ무역ㆍ관세 등 법규가 수시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 등 인프라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열악해 기업 홈페이지가 없는 경우가 많고 전화번호부에 실린 연락처도 정확하지 않을 때가 다수"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파우타삭 소우반나사우 라오스 기획투자부 투자촉진부 부과장은 "간혹 실패하는 한국 사업가들이 있는데 우리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법인세 등을 협의할 수 있으니 가장 먼저 기획투자부에 연락하고 어려우면 한국 무역관 등을 통해 연락하면 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라오스 전문인력= 라오스의 단점 중 하나는 현지인들의 업무능력이 낮다는 것이다. 안유석 관장은 "라오스인들은 경쟁을 겪어보지 않아서인지 어떤 것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진 경우가 드물다"며 "스트레스가 심하면 쉽게 일을 그만 두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메콩강 제반공사를 수행하는 ㈜흥화의 최병한 소장은 "건설현장에서 한국사람 1명이 라오스 사람 12명 몫을 한다"며 "그런데도 라오스 노동법이 강해 생산성 대비 인건비는 싸지 않은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라오스 기업이 성장하고 고급 인재들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0년 한국거래소(KRX)가 라오스중앙은행(BOL)과 합작해 출범한 라오스증권거래소(LSX)의 박호정 부이사장은 "라오스 대학들이 매년 정원을 늘리고 있다"며 "해외 유학파들도 꽤 있는데 공부한 사람들 위주로 깨고 있고 이들은 매우 똑똑해 거래소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자본ㆍ주식시장에 익숙지 않은 라오스인들이지만 기업을 배우려는 이들은 충분하다. 박호정 LSX 부이사장은 "근무할 때 사무실 문을 열어 둔다"며 "라오스 직원들에게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솔선수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적극성을 살리려는 그의 노력에 현지인들의 호응은 높다고 한다. 그는 "LSX가 동남아 주식시장의 허브가 돼야 한다는 등의 동기부여를 하니 처음에는 힘들어서 울던 직원들도 이제는 잘 따라와 준다"고 뿌듯해했다.
◆라오스 국민성?…교육ㆍ공유로 극복= "국민성은 없다. 기업문화와 철학으로 인력질을 높일 수는 있다." 이를 몸소 보여준 인물이 라오스 대기업인 코라오그룹의 오세영 회장이다. 오 회장은 "라오스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기질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완수하지 못하면 팀과 회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 후 비를 맞으면서도 출근하는 이들이 늘었다며 교육과 목표의식 공유로 인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미래 비전 공유와 확실한 보상, 사회환원 등에도 나서며 현지기업의 이미지를 전파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코라오는 라오스 회사로 당신들 자녀들 역시 일할 회사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실제 직원 채용 시 혜택을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또 "매년 우수 장기근로자들에게 한국 여행을 시켜주는 것은 직원들의 큰 자부심"이라고도 했다.
한국에서 건너온 직원들을 향한 현지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코라오 한 직원은 "입사했을 때 한 달가량 라오스어를 공부하고 시험까지 봤다"며 "오 회장은 라오스인과의 화합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현지 근로자가 한국인 매니저를 평가토록 해 이 점수를 근무평정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10개 그룹사를 거느리게 된 오 회장은 "최근 한류로 한국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히 올라가 코라오도 한류 활용 마케팅을 많이 펼친다"며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코라오는 라오스를 발판으로 2015년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비엔티안(라오스)=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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