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유명 헤지펀드 스타들이 세법의 헛점을 이용해 소득세를 줄이고 세금 납부 시기까지 늦춘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조세회피구역과 세법의 헛점을 이용해 세금을 줄인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금전문 헤지펀드로 유명한 폴슨앤컴퍼니의 경영진들은 개인돈 4500만달러를 버뮤다 제도에 설립한 PaCRe라는 재보험사에 송금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3개월 뒤인 6월까지 돈을 모회사인 폴슨앤컴퍼니의 펀드에 투자했다.
이렇게 복잡한 거래가 왜 이뤄질까. 절세를 위해서다. 버뮤다는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PaCRe가 얻는 투자 수익은 세금이 없다. 미국에서 헤지펀드에 투자했으면 고율의 소득세를 내야하지만 이런 복잡한 거래를 통해 이들은 소득세 보다 세율이 낮은 자본이득세만 내면 된다.
헤지펀드에 1억달러를 투자해 5년간 10%의 이익을 돌려받고 수수료를 지불할 경우 투자수익은 5000만달러에 그친다면 버뮤다의 재보험사를 통해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면 수익금액이 7700만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이처럼 폴슨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개인 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세제상의 헛점을 교묘히 이용했고 심지어 납부 시한도 늦출 수 있었다고 고발했다.
미국세청인 IRS는 수동적 해외 투자로 간주되는 투자활동에 대해 과세한다. 그런데 능동적 사업을 진행하는 보험사는 과세대상이 아니다.
이들만의 기법도 아니다. 재보험사를 이용한 세금회피 기법은 이미 유명한 절세 방법이다.
지난 1999년의 루이스 무어 베이컨이 운용하는 무어캐피탈매니지먼트가 이같은 선례를 만든 후 많은 헤지펀드 스타들이 애용하는 기법이 됐다.
SAC 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브 코헨, 써드 포인트의 댄 로엡과 같은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지난 2년간 버뮤다에 재보험사를 설립한 경우다.
버뮤다 최대 로펌인 애플비의 보험 변호사인 티포시 페리스에 따르면 미국외에 영국의 헤지펀드 스타들도 버뮤다에 재보험사 설립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미국 세정당국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미 국세청인 IRS는 해외 버뮤다의 재보험사에 대해 조사의지를 표명했었지만 말뿐이었다.
IRS가 버뮤다에 재보험사를 설립하는 것을 조사한 사례는 찾아보기 드물다. 블룸버그가 IRS의 조사를 받은 펀드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응답자는 없었다.
헤지펀드 스타들의 재보험사의 기업내용도 엉망이다. 존 폴슨이 운용자산 중 53%를 소유하고 있고 회사지분의 75%를 보유한 PaCRE는 직원이 한명도 없다. 등록 주소지도 다른 보험사의 것과 동일한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PACRE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800만달러의 보험을 판매에 그쳤다. 폴슨과 코헨 로엡이 설립한 보험사는 지난해 약 17억달러의 자금을 돌려줬다.
세금 전문 변호사인 데이비드 밀러는 "조세회피 지역에 설립되는 재보험사들이 미국 납세제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며 세법 개정이 필요하고 주장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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