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중국 최대 컴퓨터 업체인 레노버의 성장세가 무섭다. 과거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하며 위세를 떨쳤던 기세로 PC시장 1위를 넘보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까지 노리며 중국의 '애플'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속화 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세계 2위 PC업체 레노버의 양 위엔칭 회장(楊元慶)은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애플에 맞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레노버는 모바일 부문에 8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양 위엔칭 회장은 우선 중국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출시하고 해외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의 발언은 최근 레노버의 '탈 중국' 행보와도 연관지어진다. 레노버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PC 생산 라인을 신규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 라인은 오는 2013년 상반기부터 가동돼 초소형 데스크톱PC를 비롯해 씽크패드 노트북, 태블릿 등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IBM에게 사온 '씽크패드' 브랜드로 몸값을 높인 레노버가 이제는 거꾸로 미국에 공장을 차리고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양 위엔칭 회장은 "장기적으로 미국 PC 시장과 레노버에 성장 기회가 있으며 이때문에 미국내 제조업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노버는 지난 9월에는 브라질 PC업체 CCE도 인수했다. 3억 레알(1650억원)을 투입해 남미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PC 업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의 저변에는 레노버가 PC 시장 1위인 HP를 넘어 애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레노버도 이같은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다. 최소한 중국내에서만은 애플이나 삼성을 누르겠다는 것이 레노버의 전략이다.
양 위엔칭 회장은 "중국내 브랜드 파워나 제품 개발력, 유통면에서 레노버는 애플이나 다른 경쟁기업보다 유리하다"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경제격주간 포브스의 기고가인 파노스 무르두쿠타스는 레노버가 애플을 따라잡기는 어렵다고 단정했다. 그는 레노버가 중국내에서 다양한 장점을 가진 것은 맞지만 애플만큼 혁신과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기업문화 역시 애플을 능가할 기업을 육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국기업이 혁신을 주도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획일화를 요구하는 공산당의 정책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레노버가 정부와 관계가 없는 순수 민간기업이라는 점도 향후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평했다.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한 중국에서 순수 민간기업이라는 점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라는 분석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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