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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뒷북평가사' 워크아웃 신청 후 조정 수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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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개선책 '독자신용등급제도' 누락 실효성 의문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직후 일제히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나서면서, 국내 신용평가 시장의 실효성 문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부정적인 이벤트가 발생하고 나서야 신용등급을 낮추는 신평사들의 고질적인 '뒷북 평가'에 대해 금융당국도 이렇다 할 감독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들은 26일 쌍용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에서 CCC, 기업어음 등급은 B-에서 C로 낮췄다. 쌍용건설은 이날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로써 쌍용건설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10월 이후 불과 4개월 여 만에 9단계나 강등됐다.


신평사들의 이 같은 '뒷북평가'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최고등급을 유지한 사례나, 2011년 저축은행과 진흥기업 등의 신용등급을 사후조정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신용평가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감안했을 때 이는 '구조적 한계'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피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수수료를 받는 신평사들의 입장에서 평가 대상 회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 회사채를 매입하거나 대출을 해 줄 때 이를 감안해 한 단계 이상 강등하는 등 보수적으로 재평가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11월 신용평가등급 공시에 대한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이달부터 각 신평사가 시행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모범 규준의 구체적인 내용은 피평가회사에 대한 구두 의뢰 금지, 신용평가 내용에 대한 공시 강화, 신용등급 별 품질관리 방안 마련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모범규준 제정 과정에서 기업 자체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독자신용등급제도'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 계열사의 외부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기업 자체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해외 신용평가사에선 이미 도입돼 있는 제도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회사채 시장을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모범규준에서 이 제도를 뺐다.


이와 관련해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선진화 방안의 핵심인 독자신용등급제도의 도입이 제외되면서 실질적 개선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신용등급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개선시키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강 연구위원은 "신용평가정보가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시장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평가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당장 평가과정에 개입해 문제를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도는 재무제표만을 가지고 분석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영역"이라면서 "신용등급이 정확히 평가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수사에 준하는 검토를 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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