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가 최대 50억달러 벌금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P의 모기업인 맥그로힐의 지난 4개 분기 순이익이 8억670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은 S&P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 내 서열 3위인 토니 웨스트 검찰차관보는 S&P에 부과되는 벌금 규모가 최대 50억달러가 넘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 벌금 규모도 매우 낮게(fairly conservative)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지난 4일 캘리포니아 법원에 S&P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S&P가 2004년 9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등급을 평가한 2조8000억달러 이상의 주거용 모기지담보채권(RMBS)과 1조2000억달러 규모의 부채담보채권(CDO)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S&P가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욕심 때문에 신용 위험에 대한 진실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S&P가 모기지 채권 신용등급 부과와 관련해 악질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홀더 장관은 "S&P는 모기지 채권에 대해 잘못 설명했고 사실을 숨겼으며 수익을 위해 등급 기준과 신용평가 방식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같은 행위는 악질적인 것이며 금융위기의 주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2009년 11월부터 20여명의 법률가로 팀을 꾸려 신용평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S&P는 직원간 e메일 내용이 담긴 문서를 포함해 2000만쪽이 넘는 분량의 서류를 법무부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5월 S&P의 한 애널리스트 e메일에서는 평가기준 때문에 몇 건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으며 향후에도 심각한 영향이 우려되는만큼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법무부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법무부가 3대 신용평가사 중 S&P만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2011년 8월 S&P가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홀더 장관은 S&P가 미국 최고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과 이번 소송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소송을 제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와 S&P 사이의 타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는 다른 신용평가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리사 매디건 일리노이주 검찰총장은 15개 주가 소송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뉴욕주 검찰은 S&P에 대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추가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몇 개 주는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4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국장에 재지명한 리처드 코드레이는 오하이오주 검찰총장 시절이던 2009년 3대 신용평가사를 제소했다.
매디건 일리노이주 검찰총장이 S&P를 제소한 지도 이미 1년이 넘었다.
전날 소송 우려로 13.78% 급락했던 맥그로힐의 주가는 이날 10.70% 추가 하락했다. 전날 10.66% 급락했던 무디스의 주가도 8.82% 추가 급락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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