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이 “제재처분을 취소하라”며 금융감독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금융질서 문란을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뒤 KB금융지주회장을 끝으로 금융권을 떠난 황씨의 금융권 복귀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4일 황 전 행장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제재처분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황 전 행장에 대한 제제처분은 그로 인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임원결격사유에 해당해 직접적으로 취업제한의 불이익을 입게 돼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받으므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며 “해당 제재처분 통보조치는 행정법규 불소급 원칙에 위배되고 달리 소급적용을 정당화할 만큼 공익상 필요도 없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09년 6~7월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황 전 행장이 은행법 및 은행업감독규정을 고의로 위반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해쳤다며 같은 해 9월 금융위원회에 제재조치 건의했다. 부채담보부채권(CDO)과 신용부도스왑(CDS) 등 구조화상품 투자를 확대하려고 이사회 경영목표를 무시하고 리스크심의절차를 폐지, 독립적인 리스크관리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건의를 받아들인 금융위는 다음달 황 전 행장에 대해 ‘위법·부당행위’에 따른 금융질서 문란을 이유로 업무집행 전부정지 3개월을 의결해 통보했다. 이에 황 전 행장은 은행법 규정은 재임·재직 중인 임·직원들을 상대로 제재하다 2008년 개정으로 퇴임자까지 확대됐음에도 이를 소급해 자신에게 제재를 가했다며 소송을 냈다. 황 전 행장은 이미 2007년 우리은행에서 퇴임해 2008~2009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했다.
앞서 1심은 “자격제한이 형사처벌과는 구분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신분상 불이익의 제재를 가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처분 사유 충족 당시 시행되던 법률 구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개정 은행법을 소급 적용한 제재처분 통보조치는 위법하다”고 판단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다만 금융감독원에 대한 소송 제기는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뒤이은 2심도 1심과 결론을 같이 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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