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인증 강제 적용 여론 커졌다
-안정장치 없는 중국산 급증
-2004년부터 심사기준 폐지..인증받고 싶어도 불가능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직장인 박모(34)씨는 올 겨울 혹한이 계속되자 전기료도 아끼고 캠핑 가서도 쓰려고 석유난로를 구입했다. 한철만 쓸 생각에 값싼 중국산 제품을 골랐는데 캠핑장에서 일이 벌어졌다. 석유난로를 켜놓은 채 옮기다 발에 치이는 바람에 석유난로가 넘어진 것. 순간 등유가 새고 불꽃이 튀었으나 다행히 주변에 가연성 물질이 없어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박씨는 "난로가 넘어지면 자동으로 불이 꺼지는 안전장치가 없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값싼 제품만 찾다 자칫 큰 일 날 뻔 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석유난로의 화려한 부활을 틈타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고 있지만 안전성을 담보해줄 KS인증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안전을 위해 석유난로에 까다로운 안전 기준을 의무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는 최근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 석유난로에 강제 안전 인증을 적용하는 내용의 학술연구 용역을 제안했다. 현재 업체의 자율에 맡긴 KS인증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석유난로는 KS인증을 받을 수 있었으나 2004년 심사 기준이 폐지됐다. KS인증은 살아있지만 세부 심사 기준이 없어 인증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죽은 인증'이 된 것. 이유는 간단하다. 1980년대부터 석유난로가 전기난로에 밀리더니 2000년대 들어 석유난로 수요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임의 인증의 특성상 업체가 굳이 인증을 받지 않아도 석유난로를 판매하는 데 전혀 지장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혹한과 전기료 인상, 캠핑인구 증가 등의 이슈가 겹치며 국내 석유난로 시장이 현재 5만대 규모로 성장한 것. 전세계 심지식 석유난로 시장 1위인 파세코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석유난로는 2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7% 늘었다. 2009년 보다 158%나 증가한 수치다. 더군다나 기본 안전장치 조차 없는 중국산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박세종 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 대외협력실장은 "석유난로 수요는 늘었는데 난로가 넘어졌을 때 화재를 예방해주는 전도안전장치 조차 없는 중국산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며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안전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강제 인증으로의 전환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소화 안전장치·가스 규제 ▲경사시험 ▲일산화탄소(CO)·이산화탄소(CO2) 규제 ▲전도시 기름 누유량·유해물질 규제 등을 까다로운 국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경사시험, 가스규제, 유해물질 등의 기준을 의무 통과해야 석유난로를 판매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소화 안전장치와 내구성 시험 등 화재 안전에 대한 규제를 운영하고 칠레는 정해진 규격을 맞추지 못한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출을 하는 국내 업체는 해외 인증을 따로 획득하고 있지만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며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정부가 관련 안전 규격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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