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로 수준은 중기 평균 수준이거나 근접했다고 강조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과 일본의 경쟁적인 통화 부양 정책으로 평가절하에 나서라는 정치권 압력을 받아온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치권 압력이 무익하고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이에 따라 당분간 유로는 평가절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이날 마드리드 의회에서 연설을 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은 시장개입 요구를 삼가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통화정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부 언급들은 ‘부적절하고 무익하다’고 일갈했다.드라기 총재는 특히 “만약 그들이 ECB를 가르치려 한다면 부적절하다”고 단언했다.
미국이 월 850억 달러 규모의 채권매입을 통해 달러를 풀고,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명분으로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상향 조정하고 자산매입을 늘리는 등 엔화를 대규모로 풀면서 긴축정책을 취하고 있는 유로는 이들 통화에 비해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엔화 가치는 지난 3개월사이 18%가 하락한 반면, 유로는 4.9% 올랐으며,달러는 1.6% 떨어졌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정치인들과 재계인사들은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대놓고 드라기 총재를 압박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5일 정부 지도자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유로 환율에 대한 ‘중기목표’를 정해야 하며 ECB는 환율을 경제진작을 위해 사용하는 듯한 미국과 중국처럼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ECB가 돈을 더 찍어내 유로가치를 떨어뜨리라는 주문이었다.
또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지난 달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독일은 긴축정책을 펴는 반면 다른 나라는 돈을 풀고 있다며 유로가 상승하고 엔화가 하락을 것으로 점쳤다. 그는 특히 인플레이션 목표를 고수하는 중앙은행 정책을 시대에 뒤진 정책이라고 몰아세웠다.
반면,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는 11일 프라이부르크에서 한 연설을 통해 현재의 유로는 고평가 된 것이 아니며 시장개입을 통한 유로 약세 유도는 결국 물가인상을 야기할 것이라며 시장개입을 반대했다.
드라기 총재는 바이트만 주장을 수용했다.친구따라 강남가듯 유로 평가절하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그는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지나치게 과장됐다”면서 “유로 가치의 목표를 정하는 것은 환율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키며 솔직히 그런 게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이날 오전 주요 7개국(G7)이 “환율은 시장이 결정하며 중앙은행 정책은 국내 목적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내용으로 낸 특별 환율 성명도 인용했다.그는 “거기에는 환율전쟁 언급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의 생각은 분명하다.현재의 유로 수준은 적절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그는 “명목상 환율과 실질환율은 장기 평균 수준이거나 근접해 있다”면서 “평가절상이 지속돼 물가안정 위험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비토르 콘스탄시오 ECB 부총재도 “물가전망을 평가할 때만 환율을 고려하겠다”며 드라기를 거들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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