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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의사 제대로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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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대법원이 내연녀들을 때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앞선 1·2심이 피고인의 참여재판에 대한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하 성폭법)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모(3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와 소송절차상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홍씨는 내연녀 A씨가 남편과 정리하고 자신과 함께 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2011년 12월 자신의 집에서 A씨를 때려 전치 4주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는 또 전에 사귀던 여성 B씨가 더 이상 만나주지 않자 2010년 11월 B씨 집을 찾아 들어가 B씨를 때려 전치 4주 상해를 입히고, 옷을 벗게 해 강제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홍씨는 그 전에도 2006년 2월 절도죄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3년을 선고받고, 유예기간 중인 같은 해 9월 같은 죄로 징역1년6월 형 등이 확정돼 구치소에서 복역하다 2008년 12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앞서 1심은 “헤어진 내연녀들을 상대로 범행을 해 죄질이 불량하고 가석방 출소 후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질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홍씨에 대해 징역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홍씨는 때린 것 외엔 사실이 아닌데다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했다. 그러나 뒤이은 2심도 “원심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 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홍씨는 재차 대법원에 상고하며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해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홍씨에 대한 공소사실 중 성폭법위반(강간 등 상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 해당함이 명백한데도 1심 법원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홍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확인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은 홍씨에게 국민참여재판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하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해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을 준 뒤 그럼에도 홍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으면서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삼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 판단해 치유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면 1심 소송행위를 무효로 봐 직권으로 파기환송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형사재판참여에관한법률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은 참여재판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피고인이 원치 않거나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는 경우만 그 예외로 하고 있다.


법원 합의부가 심판할 사건,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 그 대상사건이다. 성폭법상 강간 등 상해죄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미수범이라도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해당 법은 대상사건 공소제기시 법원이 피고인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공소장 부분과 함께 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를 보내도록 하고 있다.


앞서 2011년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통상 공판절차대로 재판을 진행한 경우 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봐 그 소송행위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또 피고인이 절차상 위법을 문제삼지 않겠다고 한 경우라도 법원이 참여재판절차를 충분히 안내해 그 희망 여부를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을 줘야 그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있다고 지난해 판결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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