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일삼던 가장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모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정운 부장판사)는 4일 술에 취해 가족 모두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가장 A(48)씨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질식사시킨 혐의로 기소된 아내(48)와 둘째딸(26)의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폭행치사와 존속폭행치사 혐의는 과잉방위를 인정해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 4월 11일 오후 10시께 A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 1급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큰딸을 때리고 "다 죽이겠다"며 가족들을 협박했다. 이를 말리던 아내와 둘째딸은 인터넷 케이블 선 등으로 박씨의 손발을 묶고 청테이프로 입을 막아 이불을 씌운 채 방치했다. 오전 2시께 아내는 A씨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고 청테이프와 결박한 줄을 숨겼다.
아내는 경찰 수사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단독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 몸에서 청테이프 흔적이 발견되자 범행사실을 털어놨다.
9명의 배심원단은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 전원 무죄, 폭행치사 및 존속폭행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과잉방위를 인정해 집행유예 의견을 냈다.
지난 3일 15시간 넘게 계속된 재판 끝에 이들 모녀가 석방을 선고받자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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